LG전자를 계속 다닌다면 늦어도 ’25년엔 마곡으로 출근하게 될 것 같다. 수원에서 마곡으로 출퇴근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어서, 회사를 옮기든 집을 옮기든 해야한다.
’25년은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해여서, 초중고를 같은 동네에서 다닐 수 있도록 6+3+3년을 거주할 동네를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오래전부터 서울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수원에 살면 예술에 전당에 한 번 다녀오는 게 큰 일이 된다. 수원에 있는 교보문고에는 책도 별로 없다. 개발자 모임, 독서 모임은 서울에서 열린다.
회사에 걸어 다니고 싶다는 로망도 있어서 처음에는 마곡수명산파크 8단지를 눈여겨 보았다.
다음으로 관심이 간 지역은 공덕이다. 서울의 중간에 가깝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좋고, 주변에 학교도 많았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만 정보를 접하다보니 실제로는 어떤지 궁금해져서, 휴가를 내고 동네 구경을 다녀왔다.
순천향대병원 정거장에서 110A 버스를 타고, 일부러 한 정거장 더 가서 대흥역에 내렸다. 경의선 숲길을 따라 공덕역 쪽으로 걸었다. 대흥역-공덕역 사이 경의선 숲길은 기대에 못미쳤다. 겨울이라 황량해서 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사람은 많고 길은 좁았으며 길가에 상점도 변변찮았다.
동도중학교, 서울여자고등학교 옆 길을 따라 갔는데 경사가 장난이 아니었다. 지도에서만 보았던 염리동삼성래미안 아파트를 지나 최종 목적지인 마포자이3차 아파트에 도착했다. 마포자이3차는 신축 아파트인 만큼 좋아 보였지만, 단지내 경사가 너무 심하다보니 뒷동들은 높은 벽 위에 있어 답답한 요새에 갇혀 있는 느낌이 들었다.
마포자이3차 정문 근처의 마포아트센터나 마포소금나루도서관은 좋아 보였지만, 마포자이3차에서 공덕역까지 걸어보니 경사가 심하고 멀어서, 기대했던 것 보단 많이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덕에서 집을 구한다면 차라리 공덕역에서 4분 거리에 있고 경의선숲길을 끼고 있는 공덕파크자이가 나을 것 같다. 물론 그만큼 비싸지만.
공덕역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마곡나루역에 내렸다. 큰 길을 따라 마곡수명산파크8단지까지 걸었다. 이정도면 운동삼아 걸어다닐만 하다고 생각했다. 마곡수명산파크8단지는 4층짜리 엘리베이터 없는 타운하우스로, 기대했던대로 차분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연식대비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다시 공항철도를 타야했다. 어린이집 하원시간에 맞추기 위해 서울역에 내려 숭례문 정거장까지 약 300m를 뛰었다. 버스를 놓치면 다음 버스는 30분 후에 도착이라, 패딩을 입고 마스크를 쓰고 숨 넘어가게 뛰면서 지방 사는 설움을 또 한 번 느껴야 했다.
이동 중엔 학군 정보를 알아 보았는데, 마포구의 학군은 서울의 평균 수준으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을, 오히려 마곡의 덕원여중, 덕원여고, 덕원외고 쪽이 강남 부럽지 않게 학군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머리속이 점점 더 복잡해졌다.
아내와 아이가 좋은 환경에서 살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나선 17,000보의 여정은 고되지 않았다. 앞으로 2~3년의 시간이 남은 만큼 충분히 고민하고 부지런히 발품을 팔면 우리에게 가장 좋은 곳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