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스럽진 않지만 지난주보다 열심히 달렸다는데서 위안을 얻는다.
일요일 밤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11km를 달렸다. 광교호수공원 코스가 지루해 수원월드컵 경기장 둘레를 달렸는데 더 지루했다.
장단이 있었는데 인적이 드물어 사색하기에는 좋았다. 10km를 채웠을 때는 오히려 속도도 더 붙고 더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다리는 그만 달리고 싶은 눈치였다.
수원월드컵 경기장을 대충 10.5바퀴 뛴 것 같다. 한 바퀴의 거리는 800m를 살짝 넘는다.
수 많은 젊은이(?)들이 빠른 속도로 나를 제쳤지만 두 바퀴 이상 나를 제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느리게 그러나 쉬지 않고 달린 내가 젊은이들을 다시 따라잡다. 마치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같았다. 한 두 바퀴 빠르게 달리고 집으로 돌아간 젊은이가 샤워를 마칠 시간에도 나는 아마 달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스스로를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고, 다가오는 한 주를 살아갈 자신감을 얻었다.
적어도 나는 목표한만큼 다 뛰기 전까지는 절대 걷지 않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