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에는 장애 대응하느라 시간이 부족해서 2km 밖에 달리지 못했다. 목요일이 아쉽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열심히 달렸다.
목요일, 금요일에는 SC트레이너 V3를 신고 달렸는데, 아무래도 카본 플레이트의 반발력이 몸에 부담을 주는 것 같다. 평소에 아무렇지 않았던 허벅지 뒤쪽 근육에서 피로감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 황영조 감독님의 카본화, 미드풋에 대한 소신발언이 핫하다. 카본화에 대해서는 공감이 많이 가는데, 개인적으로는 김영복 코치님의 영상을 보고 미드풋을 배우려고 노력해왔고, 힐풋으로 달릴 때보다 확실히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아서 현재의 주법에 만족하고 있다.
어떤 방법론을 교조적으로 따르기보다는, 자신에게 잘 맞는 옷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SC트레이너 V3를 신고 장거리를 달리기에는 아직 몸이 준비되지 않은 것 같아서, 토요일 밤의 LSD 16km는 수명이 다 되어가는 1080 V13을 신고 달렸다.
예전에는 10km 이상 달리는 날 아침부터 레이스가 고통스럽지 않을까, 완주할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이 들었는데, 이제는 아무 생각 없이 달리러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지난주 15km와 마찬가지로 무난하게 16km를 달릴 수 있었다. 더위가 한 풀 꺾인 호수공원에는 밤 9시 30분이 넘은 시간에도 사람들이 참 많아서 지그재그로 피하며 달려야했지만, 사람이 없는 거리를 쓸쓸히 뛰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혼자 뛰는 것을 좋아하지만, 나 역시도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 하는 존재라는 생각을 했다.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16km를 완주하는 순간이 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런 생각은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한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자 노력했다. 규칙적인 나의 발소리, 숨소리, 지나가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벌레소리, 호수공원의 야경, 발바닥이 땅에 닿을 때마다 느껴지는 감촉, 발목과 무릎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통증, 얼굴에 흐르는 땀방울이 주는 촉감, …
그렇게 무아지경에 빠져들었고, 어느새 호수공원 4회전을 마치고 아파트 단지로 돌아와 나머지 2km를 달리고 레이스를 마칠 수 있었다.
달리면서 인생을 배운다. 누구나 가질 수 없는 멋진 것은 오랜시간 꾸준히 시간과 노력을 켜켜이 쌓아야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결과만 바라보면서 지금을 희생하는 식으로는 긴 여정을 견뎌낼 수 없다는 것을. 그 어떤 순간에도 지금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원하는 지점까지 멀리갈 수 있다. 도저히 지금을 즐길 수 없다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