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의 3박 4일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남은 추석 연휴에도 나름대로 열심히 달렸다. 시간이 부족해서 혹은 너무 피곤해서 오랜만에 2~3km를 짧게 달리기도 했다. 화요일, 수요일에는 합쳐서 9시간 이상 운전했고 수면도 부족했는데 나름대로 애썼다.
일요일 밤의 10km 달리기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10km 이상 달린 기록을 찾아보니 8월 31일의 16km 달리기였다. 3주만에 10km 이상을 뛰었고, 몇 달만에 10km를 1시간 이내에 뛰었다. 날씨가 선선해져서 뛰기에 너무 좋았다.
10월 13일 서울 레이스까지 두 번의 주말이 남았다. 미리 하프 거리를 뛰어보긴 어려울 것 같고, 천천히 2시간은 달려보고 대회에 임해야할 것 같다. SC트레이너를 신고 뛸 생각이므로 어떻게서든 몸을 SC트레이너에 맞춰야 한다. 다행히 10km까지는 몸에 무리가 없음을 오늘 확인했다. 3주 동안 체중도 75.0kg에 맞춰야 한다.
나와 같은 러너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하나의 결승점을 내 다리로 확실하게 완주해가는 것이다. 혼신의 힘을 다했다, 참을 수 있는 한 참았다고 내 나름대로 납득하는 것에 있다. 거기에 있는 실패나 기쁨에서, 구체적인 교훈을 배워 나가는 것에 있다. 그와 같은 레이스를 하나씩 쌓아가서 최종적으로 자신 나름대로 충분히 납득하는 그 어딘가의 장소에 도달하는 것이다. 혹은 가령 조금이라도 그것들과 비슷한 장소에 근접하는 것이다.
일을 할 때 혹은 달리기를 할 때 힘에 부치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떠올린다. 노력의 양이 되었든 결과물의 품질이 되었든 내 나름대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따져본다. 그리고 조금 더 힘을 내 본다.
10월 13일 하프마라톤을 완주하는 순간에 결과가 아닌 과정에 대해서 내 나름대로 납득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