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충만

소설 <천년의 질문>에서 글을 잘 쓰고 싶다는 황검사에게 장우진 기자가 추천했던 책 세 권 중 하나. 조정래 선생님의 추천이나 다를 바 없어 읽게 되었다. 아름다운 글을 읽는 즐거움에 더하여,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

자기 자신을 탐구하는 일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보람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옛 스승들의 가르침은 자기 탐구를 위한 길잡이요 과정일 뿐이다. 밖에서 얻어들려고만 하면 지혜의 눈이 열릴 수 없다.

우리가 지금까지 얻어들은 좋은 말씀이 얼마나 많은가. 그 좋은 말이 모자라 현재의 삶이 허술하단 말인가. 남의 말에 갇히게 되면 자기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다.

가장 큰 깨달음은 모든 것을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언가 현재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고 무료함을 느낄 때, 밖에서 답을 찾으려고 애써보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은 경우가 많았다. 책이나 사람은 계기를 제공해줄 뿐, 삶을 변화시키는 동력은 내면에서 찾아야 한다.

빈방에 홀로 앉아 있으면 모든 것이 넉넉하고 충분하다. 텅 비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가득 찼을 때보다도 더 충만하다.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산마루를 바라보고 있으면, 내 속뜰에서는 맑은 수액이 흐르고 향기로운 꽃이 피어난다. 혼자서 묵묵히 숲을 내다보고 있을 때 내 자신도 한 그루 정정한 나무가 된다. 아무 생각 없이 빈 마음으로 자연을 대하고 있으면, 그저 넉넉하고 충만할 뿐 결코 무료하지 않다.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빈방에 홀로 앉아있는 자신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내면에 귀를 기울이려면 주변을 비워야 한다. 일상에서 눈에 들어오는 물건들을 줄이는 물리적인 비움도 필요하겠지만, 넓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가벼운 주제들과 가벼움을 주고 받는 수 많은 주변 사람들과 같이 정신을 비만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빈 틈 없이 꽉 차 있었지만 한없이 무료했던 지난 시간들이 떠오른다.

이 책에서 말하는 ‘충만함’을 나는 다른 말로 ‘행복’ 또는 ‘만족감’이라고 부르고 싶다. 누군들 행복한 삶을 원하지 않을까. 충만함으로 가득한 삶을 위해서 외부의 소음을 차단하고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을 자주 가져야겠다.

홀로 있는 것은 온전한 내가 존재하는 것. 발가벗은 내가 내 식대로 살고 있는 순간들이다.
아무에게도, 잠시라도 기대려 하지 말 것.
부엌과 고방에 쌓인 너절한 것들 모조리 치워 없애다.
절대로 간소하게 살 것.
날마다 버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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