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아서 달리는 시간에는 비가 오지 않는 날이 많았는데, 수요일 아침에는 일찍 일어났고 비도 오지 않았는데 피로감 때문에 달리러 나갈 수 없었고, 목요일 아침에는 알람을 안 켠 것인지, 나도 모르게 끄고 잔 것인지 모르겠으나 늦게 일어나서 달리지 못했다.
목요일 밤에 조금 일찍 퇴근해서 아파트 헬스장 트레드밀을 5km 달렸는데 역시 힘들었다.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1분마다 속도를 0.3km/h 씩 올려 12km/h까지 달렸고, 이후에는 9km/h로 낮춰 5km를 채웠다. 가민 포러너 970 구입 후 첫 트레드밀 러닝이었는데 오차가 커서 보정을 해주었다.
금요일 아침에도 트레드밀을 달릴 생각을 하고 일어났는데, 비가 오지 않아서 밖에서 10km를 달릴 수 있었다. 토요일 아침에는 비가와서 트레드밀을 9km/h 속도로 6km를 달렸다. 한 번의 보정으로 가민 포러너 970은 정확한 거리를 측정해주었다. 오차는 20~30m 수준이었다.
그렇게 주간 마일리지 41km를 확보한 상태에서 맞이한 일요일에는 원천저수지 6회전을 달렸다. 남산에 가서 달렸으면 좋았겠지만 최근엔 몸도 마음도 여유가 없다.
전날 자정 넘어 잠에 든 까닭에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았다. 1회전을 뛸때부터 힘들어서 ‘오늘은 3회전만 뛸까?’ 자신과 타협하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힘든 구간을 견디고 또 견뎌서 ‘자동주행모드’에 진입했을 때, 순간 페이스는 530을 기록하고 있었고 힘들다는 생각은 머리속에서 희미하게만 남아 있었다.
원천저수지 입구에 생수페트병을 두고 한 바퀴 돌때마다 조금씩 마셨는데, 5바퀴를 다 돌았을 때 생수페트병이 사라져 급수를 할 수 없었다. 공원을 청소하시는 분들이 치우신 것 같다. 이 날은 9시부터 달렸는데, 조금 더 일찍 출발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다음 주에는 아침 기준으로 비 예보가 없고 기온은 24~26도 정도로 달리기에 좋을 것 같다. 주간 마일리지 60km를 채울 수 있기를 바란다.
7월의 첫 번째 주에는 60km 러닝에 성공했다. 수면시간은 늘 부족하고 이른 아침에도 날씨는 덥고 습해서 쉽지 않은 여정이었으나 그만큼 성취감이 크다.
평일 10km 러닝 코스도 상승 고도를 증가시키기 위해 변화를 주었다. 원천저수지의 언덕을 2번 오르는 코스로, 달리는 방향에 따라 상승 고도는 82m 또는 88m가 된다.
일요일에는 계획했던대로 오랜만에 남산에 가서 북측순환로 3회전을 달렸다. 온도가 27~28도여서 6월에 21~22도에 기록했던 평균 페이스 550은 머리속에서 지우기로 했다.
페이스를 의식하지 않고 되는대로 달렸는데 평균 페이스 549를 기록할 수 있어서 기뻤다. 힘겹게 언덕을 오를 때는 그만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여전했지만, 전반적으로 전보다 편안하게 북측순환로 3회전을 소화할 수 있었다. ‘성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가민 데이터 기준으로는 열 적응 100%를 기록했다. 오늘의 달리기를 통해서 여름에도 잘 달릴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땀으로 옷이 다 젖긴 했지만, 더워서 못 달리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런대로 기량껏 즐겁게 달릴 수 있었다.
오전 7시가 안 된 시간, 국립극장에 도착했을 때 수 많은 러너들이 남산을 향하고 있었다. 주로가 혼잡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북측순환로의 넓고 긴 주로는 수백명의 러너를 품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수 많은 러너들과 ‘동질감’을 느끼며 달릴 수 있었다. 이 더운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언덕을 뛰어 오르고 있는 이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서 달리고 있다는 말인가? 저마다의 진지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반복해서 되뇌었다. “Suffering is optional.”
시각장애 러너와 가이드 러너가 서로의 손목을 ‘끈’으로 연결한 채 함께 달리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유튜브에서 보았던, 8년 동안 함께 달리고 있는 선지원님과 장지원님도 그 중 한 쌍이었는데, 페이스가 비슷해서 3km 정도를 함께 달리며 마음 속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