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에 27km를 달렸고 앞으로도 마일리지를 채우는 일상의 훈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무리하지 않고 즐겁게 달리기로 했다.
50분 페이스 메이커를 발견했을 때 따라가고 싶은 본능이 꿈틀거렸지만 잘 참았고, 느긋하게 60분 페이스 메이커 한참 뒤에서 출발했다. 입문 러너들이 많은 대회여서 병목이 심했지만 굳이 추월하지 않고 흐름에 맞춰 천천히 달렸다.
초반에 꽤 더워서 오늘 힘들겠다 싶었는데, 선유도 지나면서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몸을 식혀주었다.
반환점을 돌아 빠르게 달려오는 선두권 주자들의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보며 달렸는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레이스 후반에는 추월차로(?)가 자꾸 눈에 들어와 외면할 수 없었다. 펀런이고 뭐고 마음이 가는대로 냅다 달렸다. 순간 페이스는 430에 근접했다. 걷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레이스 후반 나홀로 질주(?)는 짜릿했다.
펀런과 빡런이 섞인 묘한 레이스를 마치고, 한강 둔치에 앉아 시원한 바람과 풍경을 즐기며 성취감과 소보루빵을 함께 천천히 음미했다. 행복했다.
그 순간 은퇴 후의 삶을 상상해봤다. 전국의 아니 세계의 마라톤 대회를 즐기는 삶은 어떨까 하고. 마라톤 대회는 죽을때까지 질리지 않을 것 같다.
여의도에서 출발해서 (혼자서도 공짜로 달릴 수 있는) 보행로, 자전거도로를 달리는 대회가 무슨 매력이 있을까 싶었는데, 한마디로 좋았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데서 오는 즐거움이 있었다. 레이스가 끝나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아서 마라톤 대회 장소로서 여의도는 더 좋았던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여의나루역 러너스테이션을 잠깐 둘러봤는데 기대만큼은 못했다. 그래도 퇴근 길에 들러 옷 갈아입고 짐 보관하고 한강 야경을 즐기며 달리는 것도 가능하겠구나 싶었다.
이번주엔 월요일 오전 회의 일정과 수요일 저녁 회식 때문에 루틴이 조금 깨졌지만, 그래도 힘겹게 58km를 달림으로써 다시 2주 전의 촤장 마일리지 59km에 근접할 수 있었다.
화요일, 목요일을 뛰지 못하게 되면서, 수요일, 금요일엔 5시 30분에 일어나 10km를 630 페이스로 가볍게 달렸는데 몸에 부담이 없어서 좋았다. 월 300km를 달리기 위해서는 점차 평일 달리기의 기본 거리를 10km로 맞추어 나가야 한다.
일요일 아침에는 장거리 달리기를 위해 차를 몰고 반포한강공원으로 갔다. 처음으로 3주차장에 주차했는데, 올림픽대로에서 빠르게 진입할 수 있고 편의점 바로 옆이라 편리했다.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잠수교를 건너 서쪽 방향으로 달려 월드컵대교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코스였다. 날씨도 경치도 주로도 너무 좋았다. 날씨 좋은날 강북에서 바라보는 여의도의 풍경은 정말 빛이 났다. 앞으로도 이 코스를 주로 달리게 될 것 같다. 가양대교에서 반환하면 32km 코스가 만들어진다.
아리수 음수대를 이용해 수시로 급수를 했고, 9km, 18km 지점에서 에너지젤을 섭취했다. 반환점을 돌아 15km 지점부터 조금 힘들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해를 마주보고 달려야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기온이 올라 살짝 덥기도 했다. 후반에 페이스가 떨어지긴 했지만, 리듬을 유지한채로 목표한 거리를 무난히 달릴 수 있어서 기뻤다.
요즘 오른쪽 발목과 아킬레스건이 좋지 않아서 27km를 무사히 달릴 수 있을까 걱정이 조금 있었는데, 달린 후에는 오히려 모든 게 다 좋아졌다. 경험이 쌓일수록 쉬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짙어진다. 심한 부상이 아니라면 편안한 속도로 자연스럽게 달리는 게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이틀 뒤에 버닝런 10km 대회에 나가야 하는데, 그때까지 100% 회복되기 어렵고, 또 날씨가 더울 것 같아서, 그리고 보행로, 자전거도로를 달리는 대회여서, 편안한 속도로 즐겁게 달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