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번호 도착


드디어 4월 2일에 있을 대회의 배번호가 도착하였다. TV 광고에 나오는 LIG가 대체 뭔가 했더니 LG화재의 새이름이였다는 사실을 마라톤 패키지(?)를 받고서야 알 수 있었다. 잠실운동장에서 출발하는 그럴듯한 대회인지라 참가자수가 작년에 참가한 대회보다 훨씬 많다. 내가 출전하는 10km 단축코스의 남자 참가자수는 무려 6533명이다. 예상등수는 1500~2000등 정도! 지난 대회 처럼 엄청난 사람에 밀려 2.5km를 걸어가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에는 꼭 일찍가서 출발선 근처에 있어야겠다. 기념품도 비교적 마음에 들고 배번호를 보게 되니 Finish 라인을 눈 앞에에 둔 주자 처럼 벌써 부터 가슴이 설레인다 …  

1시간 LSD 훈련

LSD는 “Long Slow Distance”의 약자로 장거리를 천천히 시간을 두고 달리는 것을 말한다. 이 주법은 심폐기능을 향상시키고 지구력을 배양하는 것에 적절한 운동이다. 초보자든 수준급 선수든 주자의 기초체력을 쌓기 위해서 매우 효과적인 훈련법이다.


다음 주 일요일, 즉 4월 2일에 있을 “LIG 손해보험 제4회 코리아오픈 마라톤“을 대비하여 피곤한 가운데 1시간 LSD 훈련을 감행했다. 지난 수요일 7km 거리주에 무난히 성공하였으나 오랜 공백 때문인지 불안하여 실전연습을 해야할 것 같았다. 비교적 빠르게 달리게 되는 10km 거리주 보다는 체력을 이전수준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서 1시간 LSD를 선택했다. 토익을 본 후라 상당히 피곤했지만, 대회일까지 오늘 같은 시간적 여유가 없기도 했거니와 실전을 앞두고 다리도 쉴 시간이 필요했기에 다소 추웠지만 힘차게 발을 내딛었다.

11km, 1시간 5분을 뛰었다. 10km를 뛸 때 40분대 후반 ~ 50분대 초반을 기록했던 기억을 되살려 본다면 아마도 태어나서 쉬지 않고 가장 오래 달린 기록이다! 1시간 3분을 뛰어 기숙사 근처를 돌 때, 훤칠한 미녀가 달리고 있었는데 따라가보니(?) 은정양이였다. 잠깐 이야기를 나눈 후 헤어져 기숙사로 돌아왔다.

만용인지는 몰라도 그 상태에서 한시간은 더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뛰는 도중에도 그다지 힘들지 않았고 기분이 좋았다. 만약 그 상태에서 한시간을 더 뛰었다면 나는 하프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겠지! 올해 가을쯤에는 하프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날씨 따뜻해지고 본격적으로 훈련하면서 2시간까지 LSD 훈련시간을 늘려봐야겠다. 하지만 아직은 천천히 겸손하게!  

 

청춘만화


토익시험을 성공(?)리에 마치고, 지연누나를 만나 프리머스에서 “청춘만화”를 보았다. 여느 국내 코메디 작품처럼 초반은 코메디로, 후반은 나름 진지해지는 구조에 충실한 영화였다. 관람석에 여학생이 굉장히 많았는데, 권상우의 몸매가 드러날 때 마다 터져나오는 탄성이 유난히 귀에 들어왔다. 최근 머리를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 권상우의 머리스타일이 영감을 주었다. 한 두어달만 더 기르면 될 것도 같은데 …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커플이였던 권상우와 김하늘이 다시 만나 어렸을 때 부터 친한 친구로 등장한다. 너무나 배역에 잘 어울리는 두 배우의 연기가 압권이였지만, 영화를 보고 나오며 여학생들이 했던 영화평이 딱 적당한 듯 하다.

“재밌다고 하기도 그렇고, 재미없다고 하기에도 좀 …”

하지만 토익시험으로 인해 대전에서 보내는 주말 … 충분히 기분전환이 된 것 같다 ^^  

홍합

제 3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으로 한창훈의 작품이다. 우연히 읽게 되었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통해서 한겨레문학상을 알게 되었고, 딱히 읽고 싶은 문학작품이 없다면, 한겨례문학상 수상작을 읽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자인 한창훈은 대학시절, 휴학하고 휴학하고 양식채취선과 오징어잡이배를 타기도 했으며, 공사판 잡부에 포장마차 사장 노릇까지 다양한 경험을 했다. 이러한 다양한 경험이 그의 소설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었고, 홍합이라는 소설역시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소설은 여수근처의 홍합공장을 무대로, 홍합공장에서 일하는 억센 여인내들의 삶을 주제로 하고 있다. 전라도가 배경인 소설인지라, 조정래의 태백산맥이나 아리랑을 읽을 때와 같이 한번의 눈길로 이해하기 힘든 대화체가 많이 있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정겹고 구수한 느낌이 들었다.

소설은 홍합공장에서 일하는 여인네들과 여러 곳을 전전하다 홍합공장의 운전기사로 눌러 앉게 된 문기사를 중심으로 구구절절 삶의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 소설에서 받은 느낌을 생생히 전달하기에는 나의 글이 너무나 짧기에 책 뒷표지에 실린 전문가의 평을 소개할까 한다. 인상 깊은 구절과 함께 … 오랫동안 문학작품과 거리를 두었던 나에게, 우리의 글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였다.

한창훈의 소설을 읽는 맛은 냉동식품이나 방부처리된 포장식품만 먹다가 싱싱한 자연산 푸성귀를 먹는 맛과 같다고나 할까. 도시적인 감수성을 여유있게 비껴가면서도 재미가 여간 아니다.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사람들 이야기를 이렇게 정면으로, 능청스럽고도 건강하게 그릴 수 있다는 건 그의 작가적 역량도 역량이지만 남다른 체험의 소산일 듯싶다. -박완서(소설가)

공장이되 홍합공장이며, 노동자이되 중년여인들이며, 삶의 현장이되 건강미 넘치는 곳, 우리를 즐겁게 하는 장소로서의 작품이다. -김윤식(문학평론가)

이 작품은 변화의 물결에 노출된 농어촌의 삶을 그 밑바닥에서 건강하게 떠받치고 있는 토착적 생명력을 옹글게 포착해낸 문체가 돋보인다. 이러한 능력은 노동의 고통과 남성적 폭력을 웃음의 미학으로 극복해가는 아낙네들의 생활의 지혜를 그려내는 대목에서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황광수(문학평론가)

밤바다는 아름다웠다. 말리 돌산대교 불빛은 수면을 타고 바로 눈 앞까지 미끄러져 와 있다. 저 작은 불빛은 어둠을 기다렸다가, 사람들이 모두 그 컴컴한 어둠 속에 묻히고 나서야 제 삶을 시작하고 있었다. 항만에 묶여 있는 크고 작은 배들은 하루동안의 노동을 끝낸 놈이나 여러 날째 마냥 쉬고 있는 놈이나 사이좋게 옆구리를 대고 잔물결에 출렁거리고 있다.

고마운 정전

어제는 SIGBOWL 회원들이 모여 대덕볼링장을 찾았다. 총 8명이 참여했고, 첫번째 게임은 연습게임이였다. 그런데 나는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어 스페어 없이 스트라익 두번에 111점을 기록하고 뒤에서 몇번째를 차지했다. General chair로서의 자존심이 무너졌던 게임이였다 ^^;

두번째 게임은 음료수내기! 선애누나와 윤경누나가 가위바위보를 해서 한번씩 팀원을 선택하였는데, 첫게임의 삽질에도 불구하고 선애누나가 나를 중용하셨다. 결론적으로 윤경누나팀은 부산과학고 3인방으로 구성되었고 우리는 특별히 묶을만한 키워드가 생각나지 않지만 … 젊은 팀이라고 해두자. 내 생각으로는 우리가 이기기 힘든 게임이 될 것 같았다.

게임은 시작되었고, 나는 첫게임의 삽질은 완전히 잊은체, WBC에서 구원투수로 올라와 땅만 바라보고 공을 던졌다는 박찬호가 된 심정으로 침착하게  공을 굴렸다. 그러나!!! SIGBOWL 랭킹 2위에 빛나는 정한형이 팀나누기에서 마지막으로 선택된 울분을 토해내듯 초장부터 터키를 때려내며 달리기 시작하셨다. 우리팀은 적잖이 당황했다! 정한형의 all cover 행진이 끝나던 7프레임부터 점수차를 좁히기 시작해서 8프레임이 되었을 때 우리가 10~20점 정도 지고있었는데 …

그 순간 !!!
눈 앞이 깜깜해졌다 …

볼링장 전체 전기가 나가면서, 모든 기록이 날라갔고 …
당연히 음료수 내기는 무효가 되었고 …
볼링장이 복구가 안되었기에 연구실로 돌아왔다 …

질뻔한 음료수 내기가 취소된 것에 기쁘면서도 한편 …
200점 이상을 기록할 수 있는 페이스였기에 아쉬웠다 …


모두가 재밌게 볼링을 치고 있다가 돌아오게 되어서 너무나 아쉬웠고, 그 아쉬움을 보드게임으로 달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