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 / R.Frost

이곳이 누구의 숲인지 알 것도 같다.
그의 집은 마을에 있어,
내가 눈 덮인 그의 숲을 보느라
내가 여기 멈춰 서 있는 것을 그는 모를 것이다.

내 작은 말은 이상하게 여기리라.
일 년 중 가장 어두운 저녁,
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
농가 하나 없는 곳에 이렇게 멈춰 서 있는 것을.

말은 방울을 흔들어 본다.
무슨 잘못이라도 있느냐는 듯,
그 외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과
솜처럼 부드럽게 내리는 눈 소리 뿐.

숲은 아름답고, 어둡고 깊다.
그러나 나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어,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

백건우의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회 예매완료!

우연히 피아니스트 백건우님의 공연이 12월 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주일 동안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연주하는 공연으로 12월 8일부터 14일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연주회는 계속된다.

어차피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에는 늦어 버려서, 가장 저렴한 A석(2만원)으로 예매했다. 역시 이번에도 클래식을 좋아하는 상운이와 함께 하기로 했다. 3층에서 얼마나 잘 보일까만은 음악은 잘 들리겠지.

12월 11일 화요일 오후 8시 공연을 예매했는데, 이 날의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소나타 11 Bb 장조, Op. 22
소나타 18  Eb 장조
, Op. 31-3
소나타 12  Ab 장조
, Op. 26
소나타 14 c# 단조, Op. 27-2  “Moonlight( 월광
)” 

한달 동안 베토벤 소나타를 열심히 들어야겠다. 연주는 3년쯤 후에…
 
다음 이어지는 글은 음악인생에 대한 백건우님의 성찰이다. 인생을 정직하게 마주하는 그의 마음가짐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의 공연이 더욱 기다려진다.

음악이라는 작업을 일생동안 해오고 있지만, 그것은 정복할 수 없는 산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올라도 끝이 안 보이기 때문이지요. 즉,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작업을 계속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어느 정도 와 있다는 것을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이 인생의 어느 지점이 라는 것을 말하기는 어렵지요. 피아노는 20년 넘게 쳐왔으니까 어느 정도 다룬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표현 할 수 있는 음악의 세계는 무한정한 것입니다. 지금 내 연습실에 많은 악보가 쌓여 있지만 아직 들춰 보지 않은 것도 많고,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요. 결국 거짓없이 끝까지 성실하게 작업을 계속 하다가 이 세상을 마치는 것이 내게 주어진 삶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힘이 들더라도 현재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한 일이지요.

제14회 피아노사랑 서울 정기 연주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자주 들락날락하는 까페가 있다.

피아노 사랑 (PIANO LOVE)
http://cafe.naver.com/pianolove.cafe

궁금한게 있으면 물어보기도 하고, 피아노를 연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가끔 훔쳐본다. 주로 다른 사람들의 피아노 연주를 감상하기 위해서 하루에 한번쯤은 방문한다.

주기적으로 정모(연주회)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워낙 내가 초보이다 보니 구경하러 가는 것 조차 망설였는데, 마침 오래전부터 피사를 자주 들렀던 상운이가 정모에 같이 가보자는 제안을 해주어서 용기 내어 정모에 참석하게 되었다.

연주회가 있는 영산 양재홀에 도착하여 출석을 확인하는 자리에서 닉네임을 물어 보셔서 살짝 민망했다. (내 인터넷 아이디 혹은 닉네임은 “reshout” 아니면 “비운보컬”인데 피사에서는 “비운보컬”을 사용하고 있다.)

공연장에 들어서자 무대에는 그랜드 피아노 한대가 영롱한 조명을 받고 있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우리는 늦게 도착해서 피아노와 한참 먼 곳에 앉아야 했지만, 작은 공연장이라 연주하는 손까지 어렴풋이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연주를 감상하는 내내 나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전공하는 분들이 많이 연주를 하셨는데, 저 것이 정령 인간의 연주인가 싶을 정도로 빠르고 정확하고 아름다웠다. 특히나 장엄하고 때로는 화려한 클래식을 연주할때면 ‘연주자는 저 곡을 연주하는 지금 이 순간 얼마나 행복할까?’하는 부러움이 앞섰다.

개인적으로 클래식 연주로는 짐머만님과 라벨로즈님의 연주가 최고였다는 생각이 든다. 화려하고 현란하면서도 정확한 그들의 연주는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리고 로렌님이 직접 작곡하고 연주한 “언제나 내 곁에”는 정말 감미로웠다. 여자친구를 위해 작곡했다고 했는데, 남자친구가 연주하는 동안에 그녀는 참 행복했을 것 같다. 그리고 집안 사정때문에 피아노 전공을 포기해야 했던 퍄노사랑님의 연주 또한 대단해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원래는 2차에도 참석하려 했는데, 참석자가 너무 적은데다 기존의 열성회원들만 남아 있는 분위기라, 괜히 어색할 것 같아서 그만 두었다.

다음 정기 연주회에도 꼭 참석하고 싶고, 언젠가 나도 무대에서 연주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대단하지 않은 곡이라도 열심히 연습해서 완벽하게 연주할 수 있다면 무대에 오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용기뿐. 상운이도 나도 피아노에 대한 열정을 다시 찾은 하루였다.

프로그램

gosy77(임성윤)님
쇼팽 – Etude Op.10 No.1 / 2분 20초
스크리아빈 – Etude Op.8 No.12 / 3분

한약원샷(송강호)님
쇼팽 – Scherzo 0p.39 No.3 / 7분 30초

실버로아(김정인)님
스크리아빈 – Etude Op.42 No.5 / 2분 53초
리스트 – Tarantella / 7분 44초

로렌(지성국)님
로렌 – 언제나 네 곁에 / 4분
 
퍄노사랑(유진희)님
베토벤 – Seven Variations on “God save the King” in C major, WoO 78 / 8분 20초

라벨로즈 (이승빈)님
베토벤 – Piano Sonata No.23 F Minor Op.57 “열정” 3악장 / 5분

치토스(박현우)님
엔리오 모리꼬네 – piano solo / 2분
쇼팽 – Etude op.25 No.12 / 2분 40초

로시애루(오승희)님
바흐 – Musical Offering BWV.1079 l.Ricercare a 3 / 7분

짐머만(김홍기)님
쇼팽 – Sonata No.2 Op.35 1악장 / 5분
리스트 – Paganini Etude No.3 <La Campanella> / 5분
 
낮사람(진실로)님
김광진 – 편지 / 4분 10초
낮사람 – 토토로와의 산책 / 4분 30초
아기공룡 둘리(만화 주제곡) / 1분 20초

정(정우람)님
스크리아빈 – Etude Op.8 No.12 / 2분 30초
전민재 – Impromptu a la mazur / 4분
 
도노판(차우영)님
시벨리우스 – Romance Op.24-9 / 3분 30초
드뷔시 – Ballade (Ballade slave,1890 – 1903 republished) L.70 / 7분
 
응아(최이슬)님
barry harris – Don’t blame me / 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