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025 경기도서관 개관

개관일 오후에 경기도서관을 방문해서 한바퀴 둘러보고 아이를 위한 책도 3권 빌렸다.

네모난 책장과 책상이 나란히 서 있는 그런 흔한 도서관이 아니었다. 문제집이나 노트북을 펴놓고 공부하는 그런 공간이 아니었다.

책을 천천히 탐색하고, 음미하고, 사색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었다. 다양한 형태의 의자들과 공간 구성 하나하나가 그러한 독서 경험을 위해 설계된 듯 보였다.

층별, 공간별 구성도 이름도 독특하다.

https://www.library.kr/ggl/custom/architecture

세계친구 책마을, 아트북 라운지, 인문 라운지, 천권으로, 경기책길, 지구를 지키는 책들, …

1층에서 4층까지 나선형 건물을 천천히 걸어 올라가며 책과 공간을 탐색했다. 기대와 흥분이 가슴 깊이 차올랐고, 이런 멋진 공간이 집 앞에 있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책을 3권 밖에 대출하지 못한다는 점은 아쉽지만, 기계를 통한 대출∙반납이 매우 빠르고 편리해서 좋았다. 반납용 책장에 책을 넣으면 바로 반납처리가 된다. 전용앱은 없지만 카톡으로 대출∙반납 처리 결과를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달리는 시간 외에 자유시간이 생긴다면, 나는 아마 이곳을 찾을 것 같다.

231029 아무튼, 달리기

러너이자 직장동료에게 추천 받아 읽게 된 책. 너무 재밌어서 금방 다 읽었다.

달리기에 대한 저자의 경험과 생각에 공감이 많이 되었다. 이쯤되면 취미로 달리는 사람들이 달리기에 대하여 느끼는 효용은 거의 비슷하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그것은 주로 육체가 아닌 정신에 대한 것이다.

달리는 이유라면 수십 가지도 댈 수 있지만 그중 가장 뾰족한 건 내 안의 자존감을 보존하기 위함이다.

아침 달리기가 활기 넘치는 바깥세상과의 만남이라면 밤의 뜀박질은 텅 빈 길 위에서 스스로와 나누는 깊은 대화다.

헤밍웨이는 말했다. 진정한 고귀함이란 타인보다 뛰어난 것이 아닌,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는 것이라고.

아침에 달릴지, 저녁에 달릴지 고민하는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저자는 밤에 고독히 달리면서 불안을 달래는 쪽을 선택했다.

하루동안 있었던 일들로 인해 복잡해진 마음을 달래는 데 달리기만한 것이 또 있을까? 다이어트 측면에서도 밤에 달리는 것이 좋지만, 마음의 평온을 찾기 위해 밤에 더 달리고 싶어진다.

달리기 수필을 읽다보면 풀 마라톤을 뛰지 않는 사람이 없다. 성장의 욕구를 따르다보면 자연스럽게 풀 마라톤으로 이어지는 듯 하다. 예전에는 풀 마라톤을 뛰는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고 있다.

서두르지 않고 2024년에는 하프 마라톤, 2025년에 풀 마라톤 이렇게 단계적으로 도전하려고 한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정신력으로 완주해내기보다는, 충분한 노력으로 성장해서 완주할 자격을 갖춘 사람이 되고 싶다.

231029 오인환이 말하는 마라토너 이봉주

마라토너 이봉주의 코치였던 오인환 감독이 한국 마라톤의 발전을 바라며 쓴 책이다. 그의 바램과 달리 이봉주 이후의 한국 마라톤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으니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러나 마라톤을 즐기는 보통의 사람들은 점점 늘고 있으니 아쉬워하기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이봉주 선수가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는지 몰랐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황영조 선수의 그늘에 가려져 있지만, 그는 오랜기간 선수로 활동하면서 도쿄 국제 마라톤 대회 우승(대한민국 최고 기록), 보스턴 마라톤 대회 우승 등 많은 업적을 남겼다.

얼마 전 우연히 본 2007 서울국제마라톤 대회 중계에서 해설자는 이봉주 선수의 나이가 38세라는 말을 계속 반복했던 걸로 기억한다. 황영조 선수는 27세의 나이로 은퇴했다.

재능보다는 성실함으로 오랜기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사람, 못친소에 나와 보여준 순박한 미소처럼 착하고 따뜻한 사람, 그래서 모두가 좋아하는 사람.

누군가 나에게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이봉주 선수라고 답할 것이다.

이봉주 선수는 근육긴장이상증이라는 난치병을 앓고 있는데 평생에 걸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노력이 원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의 쾌유를 빈다.

231029 달리기는 제가 하루키보다 낫습니다

달리기 책만 골라 읽는 요즘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도발적인 제목이 시선을 끌었다.

달리기와 여행 그리고 사람을 좋아하는 중년의 남자가 달리기를 중심으로 쓴 여행기로 위트 있고 글솜씨도 좋으셔서 가볍게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모든 여행 계획에 달리기를 넣는다. 해외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도 한다.

나도 따라해보기로 했다. 국내 여행을 갈때마다 주변을 달리는 것으로 시작해보려한다. 두 다리와 심장만 튼튼하면 달릴 수 있는 곳은 얼마든지 있을테니까.

괜찮아, 좌절하고 방황해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20대 초반에 읽었다면 참 좋았겠다 싶은 책들을 마흔에 읽으며 안타까운 마음을 달래는 요즘이다.

뒤늦게 깨달은 인생의 교훈들을 아이에게 꼭 전하고 싶다. 지금은 아빠의 이야기가 들어볼만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정서적 유대감을 유지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자기계발 분야에서 스티브 코비와 쌍벽을 이루는, 브라이언 트레이시를 만들어 낸 여행기를 담고 있는 책으로 도서관 서가를 거닐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읽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 배운 교훈들은 이미 어디에서 많이 들어본 것들이다. 그러나 밴쿠버에서 사하라 사막까지의 2만 7000km의 극적인 여정을 함께 하면서 그 뻔한 교훈들이 가슴 깊이 새겨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우선 하나의 크고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한다. 그 다음엔 그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어떠한 대가라도 지불하고, 어떠한 장애라도 극복하며, 어떠 한 어려움이라도 끝까지 견뎌낸다. 이것이 바로 성공의 열쇠다.”

나는 그 운명적인 밤을 지금도 기억한다. 나는 부엌의 작은 식탁에 앉아 있었고, 바깥에서는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내가 성취했던 모든 것이 내 의지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인생을 완벽하게 책임지고 있었으며, 그 누구도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지 않았다. 내가 내 인생을 책임지고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것도 현재의 상태를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평생을 싸구려 임금의 노동자가 되어 돈에 쪼들리며 살게 될 것 같았다.

사하라 사막 종단이 나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경험이 되었던 이유는 여행 이후 내가 하지 못할 일은 결코 없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올해 회사에서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상당히 도전적이어서 진행하다보면 많은 어려움을 맞이하게 될텐데, 그때마다 이 책에서 옮겨 적은 내용들을 되새기며 이겨나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