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의 풍경

헌법의 풍경
김두식 지음/교양인

기숙사 침대 위에 올려져 있는 이 책을 보고 순일군은 명저라며 꼭 읽어보라고 권한적이 있다. 읽을 책을 고르는 방법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것은 네트워크 독서법. 웹에서 하이퍼링크를 따라가듯 <21세기에는 바꿔야할 거짓말>에서 김두식님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책을 읽고 싶어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아쉽게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 다룬 <칼을 쳐서 보습을>은 구할 수 없는 상태였다.

제목이 주는 위압감처럼 우리는 헌법에 대해서 “어려운 것”, “보통 사람은 알 수 없는 것”, “높으신 분들이 결정하는 것” 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헌법의 존재 의미가 국가를 통제하고 우리의 인권과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치면 결코 어렵게 느끼고 멀리해야 할 것이 아니라 충분히 이해하고 적극 활용해야 함을 깨달을 수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헌법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쓴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1년여의 짧은 시간동안 검사직을 수행하던 저자는 법조계의 오랜관행과 특권의식에 때문에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어려움을 괴로워 하다 과감히 검사직을 그만두고 미국에서 유학중인 아내를 위해 2년동안 전업주부(?)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다. 지금은 코넬대 법과대학에 진학하여 석사학위 취득후 경북대 법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자신의 법대를 선택했던 이유에서 부터 검사를 관두기까지의 여정을 소개하고, 법에서 정답은 없다는 것을 음란과 예술사이에서 가르쳐준다. 특히 여기서는 토론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가는 과정을 잘 그려놓고 있어 올바른 민주주의가 어떠한 절차를 통해서 완성될 수 있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2장에서는 “국가라는 이름의 괴물”의 위험성에 대해서 설명하고 국가를 견제하기 위한 법과 법조인의 역할에 대해서 성찰해본다. 3장은 법조인들이 어떻게 특권의식을 가지게 되는지를 자신의 경험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어렵고 가난한 사람을 위해 일하겠다던” 법조인들의 초심이 어떻게 특권의식으로 변질되어 가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그 밖에도 대한민국 검찰과 헌법 정신, 정당한 권리인 묵비권의 힘,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에 대하여 저자의 생각을 확인할 수 있다.

난 우리 법조인들이 가지고 있는 특권의식에 적잖이 놀랐다. “어렵고 가난한 사람을 위해 일하겠다던” 그들의 초심이 변질되어 가는 과정을 보면서, 의식있는 사람도 긴장의 끈을 놓으면 얼마든지 현실속에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 내가 정의라고 믿는 것들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끝없이 읽고 생각하고 배우며 자신의 삶에 미학을 부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행

만행 1
현각 지음, 김홍희 사진/열림원
만행 2
현각 지음, 김홍희 사진/열림원

몇달 전 선애누나가 이 책을 읽으시면서 대략의 줄거리를 이야기 해주셨는데 그 것을 듣고 난 꼭 이 책을 읽고 싶었다. 꼭 사서 읽고 싶었는데 절판되어서 결국 못 구하다가 선애누나에게 빌려서 3일만에 읽어버렸다. 나 스스로 최근 종교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현각스님이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나 스님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했다.

현각 스님이 되기 전의 폴은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였다. 그는 성경을 수도 없이 읽었고 신실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으며 예수님의 뜻을 따라 남을 돕는 삶을 살고자 노력했다. 폴은 카톨릭계 학교에 다녔는데 수녀님들은 그의 질문에 당황하고 힐책할 뿐 납득할만한 대답을 주지 못한다. 그 질문이 내가 기독교에 가지고 있는 것과 너무나 비슷했기 때문에 나 역시 책을 읽으면서 수녀님들의 대답이 실망스럽게 느껴졌다.

이를테면 “불신지옥”에 관한 것이나, 태어날 때 부터 불행을 가지고 태어나는 아이들에 대한 것이다. 하나님은 아이들을 사랑하신다고 하는데 태어날 때 부터 마약에 중독되어 태어나는 아이, 에이즈에 감염되어 태어나는 아이, 먹고 살기도 힘든 가난한 환경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폴의 의문을 접하며 나는 김혜자님의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에서 그녀가 아프리카의 처참한 상황을 바라보며 외쳤던 외마디가 들려오는 듯 했다.

폴은 어려서 부터 진리를 찾고 싶어 했기에 예일 대학에 진학하여 본격적으로 철학과 신학을 파고 들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키르케고르, 쇼펜하우어 등의 많은 철학자를 만났으나 명확힌 진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한다. 그후 하버드 대학원에 진학한 폴은 우연히 한국의 숭산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매료되어 한국을 찾고 종국에는 스님이 되어 폴이 아닌 현각이 되었다.

참선을 통해 자기 안에서 진리를 찾는 선불교의 스님이 된 현각은 오히려 자신이 수행자로서 참선을 하는 것이 예수님의 뜻을 이해하고 예수님의 뜻대로 사는 것에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 한다. 어떤 종교집단에 소속되어, 어떤 형식을 따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예수나 부처와 같은 성인의 가르침을 따라 마음과 행동을 일치시켜 남을 돕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각의 스승인 숭산스님은 세계에 현존하는 4대 생불로서 어린아이 같은 맑은 눈과 순수한 미소를 가진 분이라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그분을 뵙고 싶고, 그 분의 설법을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불교라는 종교에 대한 강한 호기심이 생겨 현각스님과 숭산스님의 쓴 책을 읽어볼 계획이다. 진리란 무엇일까? 무엇이 올바른 삶일까?

카네기 행복론

카네기 행복론
데일 카네기 지음, 최염순 옮김/씨앗을뿌리는사람

<카네기 인간관계론>과 함께 평생을 두고두고 반복해서 읽고 실천해야 할 책을 만났다. 난 참 걱정이 많은 사람이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 별명은 “걱정돌이”였다. 일어나지 않을 일들에 대해서 쓸데없이 걱정하고 마음쓰는 것은 항상 나를 갉아먹었다. 그러던 것이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을 진학하면서 자신감이 붙어서인지, 마음가짐이 달라져서 인지, 책을 읽고 깨달은 바가 있어서 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전보다 많이 태연해졌다.

<카네기 행복론>의 원제는 <HOW TO STOP WORRYING AND START LIVING>이다. 걱정 없이 사는 것이 결국 행복한 삶을 이루는 전제조건임을 이해한다면 책의 제목은 썩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정말 완벽하게 걱정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가지 생활수칙이나 마음가짐을 제사하고 있다. 심지어 “피로와 걱정을 방지하고 늘 원기 있게 사는 방법”까지 소개하고 있다. 책의 마지막에는 여러 사람들이 “걱정 근심을 극복한 사례”가 실려있다.

사실 이 책에 나열되어 있는 여러가지 방법은 내가 다른 책이나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글에서 한 두번은 접했을 법한 것들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 것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많은 사람들의 임상(?)경험을 토대로 소개하고 있기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특히 “인간은 정신적인 작업만으로 피곤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과 “피로의 대부분은 정신적, 감정적인 태도에 기인한다”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피로의 원인은 고민, 긴장, 감정의 혼란이라고 한다. 또한 권태로움 역시 피로의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고 한다. 내게 주어진 일을 재미있게 해낼 수 있는 지혜와 인생의 고민을 슬기롭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걱정과 고민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계신분께 강력추천!  

 

이라크의 역사

이라크의 역사
공일주 지음/살림

논문작업으로 오랫동안 책을 안 읽어서 그런건지 정말 머리에 안들어와서 읽기 힘들었다. 단돈 2970원에 이라크의 역사를 들여다 보려고 구입했지만, 외국사람의 이름과 외국의 지명은 즉각 구분이 안되다 보니 읽는 것이 고통스러워 읽고 싶은 부분만 훓어보게 되었다. 억지스러운 독서는 독서와 멀어지게 하므로 피하는 것이 상책.

민족과 종교와 국제정세가 첨예하게 얽힌 이라크의 역사를 간략하게 서술해 놓았다. 오히려 그 간략함이 수 많은 인물과 사건을 쉼 없이 등장시킴으로써 나를 힘들게 했지만. 순니파, 시아파, 쿠르드족의 충돌의 역사를 바라보며 닫힌 민족주의와 배척주의의 어두운 측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하나의 국가나 사회에서 그 수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에서 절충 점을 찾아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그저 내가 바라는 것은, 미국이나 외부 세력이 아닌,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그들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었으면 한다.

공중그네

공중그네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은행나무

제131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품. 2007년의 독서를 가볍게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선택한 유쾌한 소설. 다섯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다섯가지 이야기에 모두 등장하는 인물은 신경과 의사인 이라부와 그의 영원한 콤비인 간호사 마유미다.

다섯가지 이야기는 모두 비슷한 흐름으로 흘러간다. 뾰족한 걸 무서워하는 야쿠자, 장인의 가발을 벗기고 싶어하는 의사, 1루로 송구가 잘 안되는 3루수 등등 자기도 모르게 가지게 된 강박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주인공들이 엽기적인(?) 신경과 의사 이라부를 만나 상담을 받으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해탈의 경지(?)에 이른 듯 천진난만한 이라부의 진료를 통해 주인공들이 강박증으로 부터 벗어나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바라보며 딱딱하게 굳어 버린 나의 몸과 마음도 흐물흐물 긴장이 풀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편안함을 가져다 주었다. 삶의 과정에서 마주친 답답함에 의기소침해진 분이 있다면 부담없이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