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815 귀멸의 칼날

직장 동료의 추천으로 한 달 전부터 보기 시작했고,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의 개봉을 1주일 앞둔 휴가지에서 지금까지 나온 모든 에피소드를 끝냈다.

만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웃기기도 하지만, 주인공 카마도 탄지로를 보면서 감동하고, 배우고, 느낀것이 참 많았다.

도저히 가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압도적인 힘을 가진 상현 혈귀와의 전투에서 두려움에 굴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가진 모든 것 이상을 끌어내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는 울면서 봤다. 마지막 순간까지 목숨을 다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완수한 렌고쿠 쿄쥬로는 정말 멋있었다. 렌고쿠 교주로와 아카자의 전투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던 자신의 무력함에 좌절하며 오열하던 카마도 탄지로의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자신의 약함이나 무기력함에 몇 번이나 꺾이게 되어도 마음을 불태워라. 이를 악물고 앞을 향하거라. 자네가 발을 멈추고 주저하여도 시간의 흐름은 함께 슬퍼해주지는 않아.

귀멸의 칼날에 과몰입하게 된 이유는 평생 스스로의 능력에 의구심을 가지고 살아온 나 자신에게 있다. 카마로 탄지로와 그의 친구들이 그랬던것처럼 부족한 능력에 좌절하고 그 자리에 머무르는 대신, 끊임없이 노력하고 성장하며 사명감을 가지고 해야할 일을 끝까지 완수하는 내가 되고 싶다.

250810 숫자

가민 워치는 달리기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숫자로 보여준다.

이 숫자들을 향상시키거나 유지하고 싶어서 그다지 달리고 싶지 않은 날에도 러닝화를 신고 현관문을 나서게 된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의 역량 혹은 리더십, 인품 등을 숫자로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꾸준히 노력하는 게 한결 수월해질 것 같다. 본업의 영역에서 후퇴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테니까.

보상을 바라지 않고 그냥 꾸준히 하는 것. 그것이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한다.

250704 이런저런 생각들

수학학원에 아이를 데려다 주고, 근처 카페에 와서 여유를 즐기고 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1시간 50분.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아내와 대화를 많이했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나누면서 공감을 얻고 조금 다른 시각에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아이 태어난 후 모든 대화의 중심은 아이여서, 아내와 생각을 나눌 기회가 많지 않다. 이렇게 블로그를 통해서라도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재명 대통령님이 기자회견에서 하루가 30시간이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늘 해왔던 생각이다. 회사가 멀어지면서 더 절실하게 와닿는 이야기다.

가족과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고, 회사일도 잘 하고 싶고, 달리기도 양껏 하고 싶다. 하루가 30시간이고, 늘어난 시간을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는 체력도 더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5시 반에 일어나 10km를 달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서,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보통 9시가 지나있다. 차를 주차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 ‘이게 맞나?’. 아이가 샤워하는 동안 영어 공부를 하고, 머리 말려주고 나면 바로 잘 시간이다.

10km를 달릴 때 1시간, 출퇴근 운전 2시간 30분. 하루에 3시간 30분이나 혼자 있는데도 혼자만의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정돈되지 않은 채로 시간이 흘러간다고 느껴서인 것 같다. 세상을 멈추어 놓고 개인 정비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컨트롤 할 수 없는 영역이 큰 대기업의 업무 특성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무엇하나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무력감에 빠지기 쉽다.

혼자만의 노력으로 평가받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던 학창시절이 오히려 좋았구나 싶기도 하다. 그때는 시험 보는 게 그렇게 싫었었는데 … 마라톤에 집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이가 즐겁게 지내는 모습을 보는 게 요즘 가장 큰 행복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서 키운 것이 내 삶에서 가장 잘 한 일이라는 생각을 최근에 들어서 더 자주한다.

회사 일이 골치 아프고 출퇴근길이 고달파도,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와 즐거워 보이는 아내와 아이를 보면 행복감이 밀려온다.

가족과 함께 잘 지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삶이다. 더 바랄 게 없다.

2024년 회고

2024년의 마지막 날에도 개인적으로 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여, 촌각을 다투며 2024년 회고를 간단히 적어 본다. (결국 하루 지나서 이 글을 완성할 수 있었다.)

맞벌이와 육아를 병행하는 삶은 이렇듯 여유가 없다. 나의 인생에서 여유의 크기를 그래프로 그려본다면 2024년에 바닥을 친 것 같다. 아이는 훌륭히 자라서 스스로 많은 것들을 혼자서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어린이집 등하원 운전도 이제 끝이 보인다.

2023년 8월에 시작한 달리기를, 2024년 내내 꾸준히 이어갔다는 점이 올해 가장 잘 한 일이다. 꾸준한 달리기를 통해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강해졌다고 생각한다. 특히 10월에는 하프 마라톤 완주 목표를 달성해서 정말 기뻤다.

회사에서는 초보 팀장이 되어 1년을 보내면서 우왕좌왕하기도 했지만, 좋은 상위 리더십, 조직 문화, 구성원 분들 덕분에 큰 탈 없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 돌아보면 고마운 분들이 정말 많다.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실력보다 인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1년 내내 하면서 보냈다. 돌아보면 모자란 구석이 참 많다.

EBS <Easy Writing>으로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9월부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꾸준히 잘 해오고 있다.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미래의 원하는 삶을 누릴 나를 위한 투자로 여기고 기꺼이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는 개인적으로 기술 관련 공부를 하거나 IT 자격증을 획득하지 못했다. 여력이 안 되었다고 핑계를 대볼 수도 있겠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팀원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정리해주신 자료를 잘 따라간 것으로 위안을 삼아본다.

그나마 12월에 보낸 하계 휴가 기간에 Udemy에서 <Observability with Grafana, Prometheus,Loki, Alloy and Tempo> 강좌를 일부 수강한 것이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되어서 좋았다. 모르면 괴롭고 알면 즐겁다.

심플리 피아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아이와 함께 피아노를 배우고 즐기기 시작한 것도 의미가 크다. 달리기와 함께 작은 성취와 성장을 자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취미다. 회사 일이 맘처럼 안될 때는 달리기와 피아노의 세계로 잠시 떠나자.

16권의 책을 읽었고, 8권의 책을 읽다 말았다. 책 읽는 시간을 따로 할애하지 않으니 꾸준한 독서가 되지 않았다. 2025년에는 아이의 초등학교 진학 후에 개인 시간이 좀 더 생긴다면 이를 독서 시간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수원-마곡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도 잘 활용해야 한다.

어차피 다 행복하자고 하는 일이다. 2025년에는 오늘을 가장 즐겁고 만족스러운 하루로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선택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내가 되었으면 한다.

241122 뜻밖의 휴가

11월 22일 금요일에는 어린이집 등원에 실패했고, 그래서 계획에 없던 휴가를 사용했다. 11월 8일 금요일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

엄마, 아빠 둘 다 일 욕심이 없는 편이 아니다 보니,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어린이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평소에는 잘 다니다가도, 금요일쯤 되면 몸과 마음이 지쳐 어린이집에 가는 것이 힘들어지는 것이다.

특히나 아이는 잘하고 싶은 욕심이 많아서,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배우는 나누기가 어렵다고 답답해 한다. 아내와 나는 못해도 된다고, 나중에 배우면 된다고 자주 이야기해준다.

등원과 하원을 합쳐 매일 1시간씩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에서 오는 피로도 한몫했을 것이다

회사에서 나의 포지셔닝은 왔다 갔다 한다. 어쩔 때는 ‘회사 일에 몰입해서 갈 수 있는데까지 가보자’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육아 이슈로 계획에 없던 휴가를 써야하는 상황이 되면 ‘가족이 우선이니까, 나는 여건이 안 되니까 그럭저럭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상사와 동료, 후배들이 나의 이런 사정을 이해해 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때도 많다. 회사 일에 온전히 매진하는 주변 팀장님들처럼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58세 마이크 타이슨이 27세 유튜버 복서에게 완패한 후 가진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저 아닌 누구에게도 저를 증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는 것이 기쁩니다.”

어떤 결과를 추구하기보다는, 주어진 여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진정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은 경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