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회고

2024년의 마지막 날에도 개인적으로 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여, 촌각을 다투며 2024년 회고를 간단히 적어 본다. (결국 하루 지나서 이 글을 완성할 수 있었다.)

맞벌이와 육아를 병행하는 삶은 이렇듯 여유가 없다. 나의 인생에서 여유의 크기를 그래프로 그려본다면 2024년에 바닥을 친 것 같다. 아이는 훌륭히 자라서 스스로 많은 것들을 혼자서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어린이집 등하원 운전도 이제 끝이 보인다.

2023년 8월에 시작한 달리기를, 2024년 내내 꾸준히 이어갔다는 점이 올해 가장 잘 한 일이다. 꾸준한 달리기를 통해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강해졌다고 생각한다. 특히 10월에는 하프 마라톤 완주 목표를 달성해서 정말 기뻤다.

회사에서는 초보 팀장이 되어 1년을 보내면서 우왕좌왕하기도 했지만, 좋은 상위 리더십, 조직 문화, 구성원 분들 덕분에 큰 탈 없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 돌아보면 고마운 분들이 정말 많다.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실력보다 인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1년 내내 하면서 보냈다. 돌아보면 모자란 구석이 참 많다.

EBS <Easy Writing>으로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9월부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꾸준히 잘 해오고 있다.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미래의 원하는 삶을 누릴 나를 위한 투자로 여기고 기꺼이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는 개인적으로 기술 관련 공부를 하거나 IT 자격증을 획득하지 못했다. 여력이 안 되었다고 핑계를 대볼 수도 있겠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팀원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정리해주신 자료를 잘 따라간 것으로 위안을 삼아본다.

그나마 12월에 보낸 하계 휴가 기간에 Udemy에서 <Observability with Grafana, Prometheus,Loki, Alloy and Tempo> 강좌를 일부 수강한 것이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되어서 좋았다. 모르면 괴롭고 알면 즐겁다.

심플리 피아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아이와 함께 피아노를 배우고 즐기기 시작한 것도 의미가 크다. 달리기와 함께 작은 성취와 성장을 자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취미다. 회사 일이 맘처럼 안될 때는 달리기와 피아노의 세계로 잠시 떠나자.

16권의 책을 읽었고, 8권의 책을 읽다 말았다. 책 읽는 시간을 따로 할애하지 않으니 꾸준한 독서가 되지 않았다. 2025년에는 아이의 초등학교 진학 후에 개인 시간이 좀 더 생긴다면 이를 독서 시간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수원-마곡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도 잘 활용해야 한다.

어차피 다 행복하자고 하는 일이다. 2025년에는 오늘을 가장 즐겁고 만족스러운 하루로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선택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내가 되었으면 한다.

241122 뜻밖의 휴가

11월 22일 금요일에는 어린이집 등원에 실패했고, 그래서 계획에 없던 휴가를 사용했다. 11월 8일 금요일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

엄마, 아빠 둘 다 일 욕심이 없는 편이 아니다 보니,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어린이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평소에는 잘 다니다가도, 금요일쯤 되면 몸과 마음이 지쳐 어린이집에 가는 것이 힘들어지는 것이다.

특히나 아이는 잘하고 싶은 욕심이 많아서,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배우는 나누기가 어렵다고 답답해 한다. 아내와 나는 못해도 된다고, 나중에 배우면 된다고 자주 이야기해준다.

등원과 하원을 합쳐 매일 1시간씩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에서 오는 피로도 한몫했을 것이다

회사에서 나의 포지셔닝은 왔다 갔다 한다. 어쩔 때는 ‘회사 일에 몰입해서 갈 수 있는데까지 가보자’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육아 이슈로 계획에 없던 휴가를 써야하는 상황이 되면 ‘가족이 우선이니까, 나는 여건이 안 되니까 그럭저럭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상사와 동료, 후배들이 나의 이런 사정을 이해해 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때도 많다. 회사 일에 온전히 매진하는 주변 팀장님들처럼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58세 마이크 타이슨이 27세 유튜버 복서에게 완패한 후 가진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저 아닌 누구에게도 저를 증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는 것이 기쁩니다.”

어떤 결과를 추구하기보다는, 주어진 여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진정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은 경우일 것이다.

240323 보스턴 마라톤을 꿈꾸며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달리기를 진지하게 시작했다면, 보스턴 마라톤을 달려봐야할 것 아닌가?’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 등록을 하려면 공인 기록이 필요하다.

QUALIFY FOR THE BOSTON MARATHON

내 나이 기준으로 국내 7개 대회 중 하나에서 3시간 10분 내에 완주해야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다.

  • 서울국제마라톤
  • 대구국제마라톤
  • 춘천마라톤
  • 경주국제마라톤
  • JTBC마라톤
  • 군산새만금마라톤
  • 송도마라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통해서 보스턴 마라톤을 알게 되었다. 그는 가능하면 매년 보스턴 마라톤을 달린다. 보스턴 마라톤 참가를 위한 기준 기록을 알게 된 후, 무라카미 하루키가 더 대단하게 보였다.

지금의 나는 42.195km를 쉬지 않고 달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10km를 550 페이스로 달리는 게 현재 내 수준이다.

3시간 10분에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려면 430 페이스로 달려야한다. 지금은 430 페이스로 1km를 달리는 것도 버겁다.

가능한 일일까?

신이 존재한다면, 신은 알고 있을것이다. 가능한 일이라는 걸.

나도 알고 있다. 가능한 일이라는 걸. 단지 선택과 노력의 문제라는 걸.

잠재력에 대해서 생각한다. 한계에 대해서 생각한다.

인생을 2막으로 나눠 본다면, 이제 1막이 끝나간다. 1막이 끝나기 전에 무엇이든 마음먹은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싶다. 자신에 대한 단단한 믿음을 가지고 2막을 시작하고 싶다.

240309 오토마타

온가족이 함께 챙겨보는 TV 프로그램 두 개 중 하나는 <금쪽같은 내 새끼>. 여기서 오박사님이 늘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아이의 감정을 부정하지 말라는 것.

돌아보면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부정했던 적이 많았던 것 같다. “왜 울어?” 라고 물어볼 게 아니라 “우리 딸이 많이 슬펐구나.”라고 공감을 표현해야 한다.

같은 자극에도 다른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오토마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감정을 부정하는 것은 나의 오토마타를 정답으로 여기고, 상대방의 오토마타에 오류가 있다고 판정을 내리는 것과 같다.

너무나 당연한 원리를 ‘인식’하게 된 후에 그래도 조금은 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된 것 같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