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 리더, 프로젝트 리더를 하는 내내 개발자로 돌아가고 싶었으나 결국에는 팀장이 되었다. 그 이유를 기록해본다.
조직의 기술수준을 높이고, 개발자들이 고생 좀 덜하면서 즐겁게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우리가 개발한 서비스의 품질을 높인다는 목적을 가지고, 작년에 Kubernetes, KrakenD, Istio, Kafka, Argo CD 등 다양한 기술과 방법론을 도입했다.
즐거웠고 보람있었고 운이 좋아 상도 받았다. 올해는 팀 단위로 확장해서 진행해야 하는 단계가 되었고, 책임감 있게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필요한 역할을 맡기로 했다.
최근에 다시 본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서 부패 공무원 출신으로 민간인도 아니고 건달도 아닌 반쪽짜리 건달, 반달로 불리는 최익현을 보면서 꼭 나 같다는 생각을 했다.
리더도 아니고 관리자도 아니고 개발자도 아닌 애매한 존재. 개발자로 돌아가고 싶은 속내를 가끔씩 드러내어 구성원들에게 불안감을 주는 불편한 존재.
개발자로 돌아가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실무를 완전히 내려놓고 권한과 책임을 가진 팀장으로서 제대로 리더, 관리자 역할을 해보려한다.
문제는 이런 방법이 우리 삶에 도움이 되지도 않을 뿐더러 결코 만족감을 줄 수 없다는 데 있다.
최근에 본 YouTube 영상에서 도파민을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가는 데 활용하는 법을 배웠다.
한 번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 읽고 있는 책의 내용과 나의 경험을 종합하여 겨우 이해할 수 있었다.
요약하면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 그 자체를 목표로 삼아 도파민을 뽑아내자는 것이다.
최근에는 목표 달성 이후의 성과, 보상, 타인의 인정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그저 오늘 내가 해야할 일을 몰입해서 하고 있는 그 순간에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려고 노력한다.
달리기를 할 때 이 원리를 연습한다.
골인 지점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달리기로 인해 향상될 자신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뛰고 있는 지금을 생각한다. 집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드라마를 봐도 좋을 시간에 굳이 더운데 공원에 나와 무거운 몸을 이끌고 뛰고 있는 자신을 대단하다 여긴다. 그 순간 나는 도파민을 느낄 수 있다.
최근에 읽은 여러 책에서 이미 자신의 삶에서 원하는 바를 성취한 많은 사람들이 이 원리를 실천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누구도 나를 파괴할 수 없다 – 데이비드 고긴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무라카미 하루키
레전드는 슬럼프로 만들어진다 – 박정태, 김종모, 송진우, 김용수
저는 ‘무조건 열심히’ 입니다. 무조건 열심히 하면 저는 다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결과를 바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저한테 목표는 ‘ 내가 연습을 얼마나 하겠다’ 그게 목표입니다. 그렇게 하면 되니까. 뭐가 되겠다, 타격왕이 되겠다. 이번 시즌엔 타율을 여기까지 끌어올리겠다. 이런 목표를 설정해서 가면 피곤하니까. 내 목표는 노력이죠!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고 도전하는 거. 그것만 설정해 놓으면, 시합에 나가면 자동적으로 강해집니다. 준비만 탄탄히 하면 (결과로서의) 목표는 필요 없습니다. – 박정태
내 삶의 스위치를 딱 켜줄 동기부여의 계기를 찾아 헤매던 긴 방황의 끝이 보이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