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계정 삭제 후 한 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계정 삭제 후 한 달이 지났다.

페이스북은 계정 삭제를 요청하면 한 달 안에는 복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데, 이제는 그 길도 막힌 것이다.

계정 삭제 후 아쉬움을 느낀적은 없다. 에너지를 소모하는 활동 하나를 줄인 것에 만족한다.

초기에는 무엇이든 좋은 것을 보고 느끼는 순간 SNS에 공유할 생각부터 했다. 그러다보니 좋은 것을 대하는 나의 생각과 느낌이, 누군가와 함께 하는 소중한 시간과 공간이 연속성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지만, 주변의 관심과 인정을 바라는 마음은 누구 못지 않다. SNS는 이러한 욕망을 어느정도 해소해줄 수 있는 창구가 되어 준다. 그러나 반응이 기대에 미치치 못하면 실망을 느끼기도 한다.

친구들에게 피드가 제공되는 SNS에 글과 사진을 올린다는 것이 한편으론 내 생각과 느낌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게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투자에 대한 나의 지나친 관심이 누군가에겐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엔 블로그에 짧은 글을 쓰는 것으로 SNS를 대신하고 있다. 블로그는 나의 생각과 경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만 들어오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무엇보다 조금은 더 긴 글을 쓰는 과정에서 생각을 정돈해 볼 수 있어서 좋다.

실존인물

아이의 외모와 행동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질 때마다 아내와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묻는다.

“실존인물입니까?”

아내는 아이를 이렇게 표현하기도 한다.

“내 생애 최고의 캐릭터!”

나는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이렇게 멋진 존재가 어떻게 우리 곁에 있을까?’

아이를 키우면서 배운 것 중 하나는 모든 사람은 우주에서 유일한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어서 그 자체로 매력적인 존재라는 것.

그것을 알고 난 뒤로 내가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볼 수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과의 인연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내 곁에 있어준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 다름을 배려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교차한다.

세상만사 영원한 것은 없다. 사람과의 인연도 마찬가지. 있을 때 잘하자.

연착륙을 위한 회사방문

복직을 26일 앞둔 빼빼로데이에 팀장님의 초대로 회사에 다녀왔다.

몇몇 동료들과 티타임을 가졌고, 파트 주간회의에서 업무 내용을 공유 받은 후 점심회식을 함께 했다. 팀장님과 개인면담 시간에 팀 돌아가는 사정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낯설지 않았다. 사무실 분위기도 업무 내용도.

혼자서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의미 있는 일을 해나가기 어렵다는 것을 방구석에서 절실히 깨달았기에, 빨리 복귀해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다. 그 어떤 어려움과 스트레스도 전보다 더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어린이집 하원을 위해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조금 우울했다. 회사를 다닐 때 공기처럼 함께했던 스트레스를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낯선 심장박동이 불쾌하게 느껴질 정도의 그 것.

중간 관리자로서 여러사람 앞에 선다는 것은 참으로 두려운 일이다. 그들 눈에 나는 어떻게 비칠까, 내가 한 말과 행동으로 인해 불쾌함을 느낀 사람이 있었을까, 너무 내 말만 많이 한 게 아닐까, 내가 과연 그들의 커리어를 이끌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 등등.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생각을 읽고 감정을 느껴보려 노력한다. 그들이 가진 걱정과 불안의 일부가 내 것이 된다. 심장이 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잘 해보자는 마음을 다져본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리는 부담스럽지만 그보다 더 매력적이다. 낯선 심장박동과 함께 살아도 좋을만큼.

가장 사고 싶은 것

요즘 가장 사고 싶은 것은 주식이다.

주식을 사고 싶은 이유는 주식이 미래에 부를 가져다줄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를 가지고 싶다기 보다는 자유를 얻고 싶다는 열망이 크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는 곧 자유다.

최근에 주가가 꽤 떨어져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현금이 없어서 아쉽다. 휴직 중이라 월급도 없어서 더 아쉽다. 육아휴직 급여 90만원은 생활비에 보태면 남는 게 없다. 월말에 나오는 배당금이 유일한 투자재원.

광교산에 2시간 코스의 등산을 다녀와도 주차비 1,000원 만 쓰고 돌아올 정도로 돈을 쓰지 않는다. 옛날 사진을 보다가 입고 있는 반팔 티셔츠가 12년 된 것을 알게 되었다. 올해는 길을 가다가 커피 한 잔 사먹은 기억이 없다. 주부로서 돈을 아낄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은 외식을 줄이고 냉장고의 재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레시피로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렇게 아끼고 아껴서 주식을 1주라도 더 사고 싶은 심정이다. 원래도 돈을 잘 안 쓰는 편인데 주식 투자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면서 더 짠돌이가 되었다.

우리 세식구의 생활비를 주식에서 나오는 배당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 그때부터는 조금씩 여유를 부려볼 생각이다. 뮤지컬, 클래식 공연을 예약할 때 머뭇거림이 없이 R석을 선택할 수 있는 날을 꿈꾼다.

미워하는 마음

등산을 하다보면 미워하는 마음이 수차례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 스피커를 틀어 놓은 사람, 우측 통행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미움의 대상이다.

어제는 광교산 형제봉에서 부동산 투자 유튜브 방송을 들어야했다.

미워하는 마음이 열 번쯤 올라온다면 그 중에 한 두 번쯤은 정신을 차리고 이렇게 생각해본다.

저들도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 그저 배려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을 뿐이라고. 나 역시도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적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미워하는 마음을 지워보려 하지만 쉽게 되지 않는다.

배려가 부족한 사람들을 만나도 미워하는 마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깨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등산은 수행의 기회를 끊임없이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