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다시 금주를 실천한지 2~3주 정도 된 것 같다.

40대, 맞벌이, 육아라는 조건 속에서 하루에 10분이라도 자기계발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정말 중요하다.

에너지가 부족하면 의지로 이겨내야 하는데, 40년 살면서 느낀 것 중에 하나는 인간의 의지력은 형편없다는 것이다.

성장을 위한 노력에 의지력을 좀 덜 써도 되도록, 술 끊는 의지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다행히 나에겐 술을 끊을 때 의지력이 거의 필요하지 않다. 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순간은 좋아 하지만, 취하는 것이 싫고 피곤한 것이 싫다.

언제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싶다. 그래서 앞으로는 가능하면 술을 마시지 않는 삶을 이어나갈 생각이다.

2022년

2022년엔 도전했고 실패했다.

지나고 나서 보면 별거 아닌데, 중간에 심리적으로 힘들어서 출근 길에 강산에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노래를 듣다가 위로 받는 느낌에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보이지도 않는 끝 지친 어깨 떨구고
한숨짓는 그대 두려워 말아요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걸어가다 보면 걸어가다 보면 걸어가다 보면

아이도 안다. 내가 도전했고, 실패했다는 것을. 그리고 다시 또 도전할 것이라는 것을.

2022년엔 “니 마음 대로 해라” 류의 책을 많이 읽었다.

  •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 익숙한 것과의 결별
  • 마음이 흐르는대로
  • 마음 가는 대로 해라
  •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마음 가는 대로 살기로 했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걸로. 기왕이면 그걸 잘 하는 걸로.

조직 책임자가 될 기회를 날려버림으로써 그 의지를 세상에 알렸다.

2022년은 그렇게 기억될 것 같다. 마흔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내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해로.

팀장의 탄생

연말 조직개편에서 여러명의 팀장이 탄생했다. 그 중에 나는 없었다.

올해 말에 팀장 제의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미리 답변을 준비했다.

키워드는 “피자 두 판”.

리딩을 하더라도 피자 두 판으로 다 먹을 수 있는 규모까지만 커버하겠다는 것이다.

6~7명 정도가 될텐데, 그 정도가 코드 레벨에서 구성원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생각했다.

2019년 파트 규모가 13명이 되었을 때 나는 매니저 역할에만 충실해야 했다.

2007년 회사 생활을 시작한 이래 내 커리어에 나는 없었다.

나의 주요 목표는 주어진 역할, 주어진 미션에 충실함으로써 조직에서 인정받는 것이었다.

그렇게 오랜기간 꾸준히 노력한 덕분에 얻은 것들이 적지 않지만, 경력 15년 차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으로 승부를 보자고 결심한 다음에 돌아보니 지나온 길이 아쉽게만 느껴진다.

15년 전에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라는 책을 읽었더라면 나의 커리어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최근엔 후배들에게 이 책을 권유하며 커리어에 대한 생각을 공유한다.

“1인 기업을 운영하고 있고, 1년 단위로 지금 다는 회사와 계약을 한다고 상상해보자. 계약 조건이 안맞으면 조건이 더 좋은곳으로 가자. 대신 계약을 맺었다면 최선을 다하자. 개인회사의 브랜딩과 성장을 위해서.”

팀장이 아닌 “시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내년에는 흥미진진한 미션이 기다리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덕업일치”의 한 해를 보내게 될 것 같다.

그와 동시에 매력적인 개인회사가 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할 생각이다.

리트코드 프리미엄 구독을 연장해야 할 것 같다. 영어도 꾸준히 공부할 방법을 찾아봐야할 것 같다.

수학적 용기

대학원 시절의 나에게 “수학적 용기”가 있었다면, 삶의 양상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두 번째로 나자빠지는 노력만 하는 사람이 나였으니까. 담담하게 꿋꿋하게 하지 못하고 금방 포기했으니까.

과학자나 엔지니어로는 탑티어에 이를 수 없다고 판단해서,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의 기술적 역량 위에 인문학적 역량과 인간적인 매력을 잘 버무려서 여기까지 왔다.

앞으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수학적 용기”를 가지고 해보려고 한다.

방화벽

나는 걱정이 참 많은 사람이다. 고등학교, 대학교를 같이 나온 친구는 나에게 ‘걱정돌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걱정은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오는데, 투자를 공부하고 실행에 옮기면서 적어도 돈에 대한 걱정 하나는 덜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마음이 편치 않은 이유는 근래에 경력에 대한 불안과 후회를 많이 느끼기 때문이다.

마음이 불편한 것으로만 끝나면 다행인데, 앞으로 나아갈 힘을 빼앗긴다는 것이 진짜 문제다. 지금까지 쌓아온 것에 대한 아쉬움, 노력한만큼 잘 될 것인가에 대한 의심, 이런 생각들이 나를 주저 앉게 만든다.

최근에 남은 인생을 구원해 줄지도 모를 책, <데일 카네기 자기관리론>을 읽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사례에서 걱정을 덜어낼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것은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이 느껴질 때마다 현재를 보호하기 위해 방화벽을 닫는다고 상상해보는 것이다. 마음을 다스리고 현재의 문제에 집중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또 하나는 매 순간마다 새로운 삶이 펼쳐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제 형편없는 하루를 보냈더라도, 오늘은 어제와 상관없이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가벼운 마음으로 무언가를 해볼 수 있다. 시간 간격을 짧게 가져가기도 한다. 지나간 1시간이 형편 없었더라도, 앞으로 1시간을 멋지게 보낼 수 있는 기회는 계속해서 주어진다.

앞으로 10년을 열심히 사는 것은 버거워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지만, 지금부터 1시간을 멋지게 사는 것은 해볼만 하다. 그렇게 쌓아가다보면 하루가 되고, 1년이 되고, 10년이 된다.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고민과 노력은 평생 풀어가야 할 숙제인 것 같다.

여러분 한 명 한 명은 그 커다란 여객선보다 훌륭한 기관입니다. 앞으로 긴 항해를 하게 될 겁니다. 안전하게 항해하려면 여러분의 기관을 잘 통제해서 ‘어제와 내일을 차단하는 오늘의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차단벽이 잘 작동하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버튼을 누르고 들어보세요. 삶의 모든 단계에서 철문이 과거를 잘 차단해주고 있습니까? 죽어버린 과거와 완벽하게 단절되어 있나요? 또 다른 버튼을 누르고 이번에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내일, 다시 말해 미래를 차단해버리십시오. 그래야 여러분이 안전합니다. … 과거를 차단하세요! 죽은 과거가 이미 죽어버린 날들을 묻어버리게 하세요. … 바보들에게 죽음의 잿더미로 가는 길을 밝히는 어제를 차단해버리세요. … 어제의 짐에 더해진 내일이라는 짐을 오늘 지고 가면 아무리 튼튼한 사람도 휘청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미래도 차단하세요. … 미래는 오늘입니다. … 내일이란 없어요. 여러분이 구원받아야 할 날은 바로 지금입니다.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에는 에너지 낭비, 정신적 스트레스, 신경과민 증세가 쫓아다닙니다. … 이물과 고물에 있는, 다시 말해 앞과 뒤에 있는 철판들을 내리고, 과거와 미래를 차단하세요. ‘어제와 내일을 차단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습관을 가지려고 노력하세요.

데일 카네기, <데일 카네기 자기관리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