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내소사 템플스테이에서 읽은 책.

내소사에서 묵었던 방과 책의 내용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읽었다.

물건을 줄이는 것 자체는 결코 목적이 될 수 없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물건을 줄임으로써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저자의 경우 물건을 5%까지 줄인 덕분에 청소가 간단해져 수시로 청소를 하다보니 자신의 삶을 제대로 통제하고 있다는 자신감과 충만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작은 마음의 변화가 삶의 선순환을 이끌어 냈다. 거의 비어있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아담하고 청결한 방에서 산뜻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할 저자를 상상해 본다.

물건을 늘리는 이유에 대한 분석이 흥미로웠다. 인간은 생존을 위한 메카니즘으로 새로운 자극에 민감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반면, 같은 자극에는 둔감하기 때문에 이미 소유한 물건에 대한 흥미와 만족감은 금세 익숙함으로 바뀌고 종국엔 싫증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미 보유하고 있는 물건에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것, 더 좋은 것을 찾게 된다. 한편으로는 인간의 모든 행동은 타인으로부터 인정 받기위한 욕망이 기저에 깔려 있는데,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자신의 가치를 알리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것이다. 물건을 처음 가졌던 순간의 흥분과 지금의 느낌을 비교하면서, 그리고 집 책장에 놓은 수많은 책들을 떠올리며 저자의 분석에 공감했다.

미니멀리즘의 핵심은 중요하고 소중한 것에 집중하기 위해서 그렇지 않은 것을 삶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그리고 물건을 줄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불필요한 정보, 인간관계, 나쁜습관도 더 소중한 것을 위해서 줄여야할 대상이 될 수 있다.

물건을 줄이는 요령과 물건을 줄였을 때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설명한 책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삶의 자세를 돌아볼 수 있었다. 나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이고 여기에 집중하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적어도 앞으로 물건을 늘리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가진 것에 감사하고 소중한 것에 집중하고 싶다.

7년의 밤

재밌게 읽었다. 약간의 의무감을 가지고 책을 펼쳐보는 편인데 이 책은 달랐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나도 모르게 손이 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범죄자라도 단편적인 사실만 가지고 판단해선 안 되겠다는 것, 비록 소설이지만 사람이 살아온 환경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 마지막으로 부모의 사랑은 무엇에도 비할 수 없다는 것. 작품의 분위기는 많이 다르지만 최현수를 바라보면서 『인생은 아름다워』의 귀도를 떠올렸다.

소설 속에 소설을 담은 구성,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인물의 시점으로 연달아 서술한 방식은 흥미로웠다.

책 앞 부분에 세령마을 지도가 있다는 걸 뒤 늦게 알게 된 점은 많이 아쉬웠다. 읽으면서 상상해 내기엔 집중력과 상상력이 부족했으므로.

최현수의 상황에 내가 놓였더라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자녀를 가져보기 전에는 섣불리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 아닐까?

다녀왔습니다

내소사 템플스테이에 갔을 때 읽은 책으로 오대산 월정사 출가학교를 거쳐간 도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마다 다른 이유로 출가학교에 들어가지만, 일상에서 찾지 못한 인생의 진리를 찾고자 하는 것은 공통의 목적일 것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23일간 세상과 단절된 공간에서 24시간 중 2시간을 제외하곤 철저히 통제된 생활속에 묵언하며 삼보일배, 삼천배 등으로 육신의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구도자들은 자신을 돌아보고 저마다 크고 작은 깨달음을 얻는다.

세상에 휩쓸려 자신을 잃고 살아가고 있다고 느낄 때, 이 책을 통한 출가학교 간접체험을 떠올린다면 겸허히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청춘의 문장들

소설가 김연수의 산문집으로 은나래 책임님께서 빌려 주셔서 읽게 된 책이다. 한 편의 시와 연결된 청춘의 기억을 덤덤히 고백하는 짧은 글들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가 지금의 나보다 어릴 때 이 책을 썼는데, 나는 이런 책을 쓸 만큼의 컨텐츠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단조로운 삶을 살았기 때문일까? 생각의 깊이가 얕기 때문일까? 더 많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며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평범한 의대생이었던 아르네스토 게바라를 혁명가 체 게바라로 만든 남미 대륙 여행을 담은 영화. 강 건너 위치한 나환자촌을 바라보던 그의 눈빛과 자신의 생일 날 밤 목숨을 걸고 수영으로 강을 건너 나병 환자들에게 다가갔던 모습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그것은 타인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었다.

이건 영웅담이 아닌, 단지 일치된 꿈과 열망으로 가득차 있던 두 사람의 이야기다. 꿈이 너무 편협했던가? 그래서 경솔하게 끝난 것일까? 우리들의 결정이 너무 경직된 것이었나? 그럴지도. 이번 여행은 내 생각 이상으로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난, 더 이상 내가 아니다. 적어도 이전의 내 모습은 아니다.

8년이 지나 그들은 다시 만났다. 1960년에 그라나다는 연구원 자격으로 초대받아 쿠바로 간다. 이 초대는 그의 오랜 친구인 푸세로부터 받았으며, 푸세는 쿠바 혁명의 몇 안 되는 영향력을 가진 ‘사령관 체 게바라’로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으로 알려져있다.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는 콩고와 볼리비아에서 자신의 이상을 위해 싸웠으며, 그곳에서 CIA의 승인 하에 정부군에 의해 체포되어 1967년 10월에 총살되었다. 알베르토 그라나도는 항상 친구 푸세를 신뢰했으며, 그가 설립한 “산티아고 약물학교”에 머물렀다. 지금은 아내인 델리아, 세 명의 아들들 그리고 손자들과 아바나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