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학원에 아이를 데려다 주고, 근처 카페에 와서 여유를 즐기고 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1시간 50분.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아내와 대화를 많이했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나누면서 공감을 얻고 조금 다른 시각에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아이 태어난 후 모든 대화의 중심은 아이여서, 아내와 생각을 나눌 기회가 많지 않다. 이렇게 블로그를 통해서라도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재명 대통령님이 기자회견에서 하루가 30시간이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늘 해왔던 생각이다. 회사가 멀어지면서 더 절실하게 와닿는 이야기다.
가족과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고, 회사일도 잘 하고 싶고, 달리기도 양껏 하고 싶다. 하루가 30시간이고, 늘어난 시간을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는 체력도 더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5시 반에 일어나 10km를 달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서,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보통 9시가 지나있다. 차를 주차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 ‘이게 맞나?’. 아이가 샤워하는 동안 영어 공부를 하고, 머리 말려주고 나면 바로 잘 시간이다.
10km를 달릴 때 1시간, 출퇴근 운전 2시간 30분. 하루에 3시간 30분이나 혼자 있는데도 혼자만의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정돈되지 않은 채로 시간이 흘러간다고 느껴서인 것 같다. 세상을 멈추어 놓고 개인 정비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컨트롤 할 수 없는 영역이 큰 대기업의 업무 특성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무엇하나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무력감에 빠지기 쉽다.
혼자만의 노력으로 평가받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던 학창시절이 오히려 좋았구나 싶기도 하다. 그때는 시험 보는 게 그렇게 싫었었는데 … 마라톤에 집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이가 즐겁게 지내는 모습을 보는 게 요즘 가장 큰 행복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서 키운 것이 내 삶에서 가장 잘 한 일이라는 생각을 최근에 들어서 더 자주한다.
회사 일이 골치 아프고 출퇴근길이 고달파도,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와 즐거워 보이는 아내와 아이를 보면 행복감이 밀려온다.
가족과 함께 잘 지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삶이다. 더 바랄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