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년차 슬럼프

2007년 2월에 입사하여 올해로 회사생활 삼년차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여러가지 이유로 요즘은 슬럼프를 겪고 있는 듯 합니다. 아마도 제품을 릴리즈 하면서 느끼는 여러가지 감회로부터 슬럼프가 찾아온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저희 회사의 특성이기도 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업종의 특성이기도 하겠지만, 빠듯한 일정에 시달리다 보면 제가 생각하는 수준의 개발을 할 수 없는 현실에 부딛힙니다. 요구사항을 명확히 파악한 후, 최적의 설계로 최적의 코드를 작성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현실과 적절히 타협하여, 적당한 선에서 작업을 마무리 하고 고객에게 제품을 전달한다면… 그 후에 터져나올 문제에 대한 감당은… 누구의 몫일까요?
그리고 대학원 시절을 포함하여 5년째 같은 분야에서 비슷한 일을 반복하다보니 일 자체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새로운 일을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네요. 
성실히 하루하루 일을 해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낼 수 없는 상황에서 일을 한다는 것… 개인적으로 참 맥빠지는 일인 것 같습니다. 일요일에 회사에 나와 종일 발표 준비하면서 잠깐 짬을 내어 넋두리를 남겨보았습니다. 
이 슬럼프를 가장 효과적으로 탈출하는 길은, 대학원 준비할때 그랬던 것 처럼, 결과보다는 과정에 의미를 두는 것 같습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는가를 가치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상실의 시대

상실의 시대8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문학사상사

정말 오래전부터 서점에서 보았던 책인데, 이제서야 읽게되었습니다. 제목만 보고 어려운 책인줄 알았는데, 의외로 술술 읽히는 연애소설이더군요. 이 책 덕분에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고, 이 책을 읽은 후 “해변의 카프카”를 읽고 있습니다. 역시나 바쁜 일정 때문에 진도가 더디게 나가고 있긴 하지만…
10대에서 20대로 성장해 가는 한 남자의 젊은 날의 방황을, 아픔을 간직한체 하루 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한 여자에 대한 사랑을 잘 그리고 있습니다. 바쁜 와중에 아주 조금씩 틈틈히 읽은데다가, 제가 소설에는 젬병이여서 이 소설이 주는 감동을 온전히 느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책을 다 읽은 후 얼마지나지 않은 시간에, 무심코 머리속으로 소설을 되네이며, 주인공 와타나베가 되어보았을때 가슴을 때리는 커다란 상실감에 슬픔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찾은 지금은 “해변의 카프카”를 통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세계를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첫번째 제품 릴리즈

지난 4월 30일 입사 이후 첫번째 제품을 릴리즈 하였습니다. CA-Easytrieve라는 메인프레임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작성된 프로그램을 유닉스 환경에서 실행해주는 인터프리터 제품입니다. COBOL 컴파일러를 개발하며 쌓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작년 10월 훈련소를 다녀온 직후부터 주도적으로 개발해온 제품이 6개월만에 완성되어 조만간 일본 고객사에 전달될 예정입니다.

릴리즈 일정 덕분에 한달 넘게 새벽 6시에 일어나 7시에 출근하여 밤 9시넘어 퇴근하는 생활을 해왔습니다. 주말에도 시작은 평일과 비슷했고 저녁시간 정도에 퇴근해서 여자친구를 만났습니다. 일과 사랑, 건강 모두 지키려고 노력하다보니 일찍 일어나 하루를 부지런히 살아가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더군요. 그러나 피아노까지 평소처럼 열심히 할 수는 없었습니다. 성심을 다해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께 죄송한 늘 죄송한 마음입니다.
제품을 개발하는 작업과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릴리즈를 준비하는 작업은 정말 달랐습니다. 우선 마음의 부담이 컸습니다. 3개월 후의 데모를 목표로 빠르게 개발되었기에 정합성에 대한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QA 지원도 없는 상황에서 개발자 둘이서 테스트를 해야하는 상황이 참으로 안타까웠고, 알려지지 않은 언어라 테스트슈트는 고사하고 예제코드도 인터넷에서 찾아 보기 힘들었습니다. 
아무튼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에서 나름대로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였고 제품은 릴리즈 되었습니다. 릴리즈 작업을 하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것은 정성이라는… 코드 한줄 한줄 작성할 때 좀 더 고민하고, 테스트 케이스를 작성할때도 조금 더 정성을 기울였더라면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 입니다. 이번에 릴리즈한 제품에 대해서는 아쉬운점이 많이 있었지만, 다음에는 이번의 경험을 십분 살려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개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대관령 양떼목장 & 경포대 벚꽃축제 & 경포 해수욕장

지난주 일요일 여자친구와 400일을 기념하여 강원도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요즘 제품 릴리즈 일정을 소화하느라 정신없이 바빠서 하마터면 못갈뻔 했습니다. 회사 일이라는게 제 마음대로 일정을 조정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보니 일요일에도 일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토요일 밤 참담한 심정으로사택으로 돌아와 잠을 청해 보았지만 도저히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잠이 잘 오질 않더군요. 여자친구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을 뿐더러 저 역시도 기분전환이 필요한 시기였습니다. 
결국 다음날 새벽 6시에 출근하면서 비장한 각오로 일단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섰습니다. 강원도를 못 가더라도 오전에 일을 마무리 하고 다른 곳이라도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렌트카를 예약해둔 시간이 다가왔지만 일의 진척도를 보니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 인터넷으로 예약을 취소했습니다.
우울한 마음으로 일을 계속 진행했습니다. 10시쯤 되었을때의 상황을 보니 월요일 새벽에 나와서 일을 하면 어느정도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고속도로 소통상황을 확인해봤습니다. 영동고속도로가 동해까지 뻥뻥 뚤려 있더군요! 바로 렌트카 회사에 전화해 11시 예약을 잡고 10시 30분까지 일을 마무리 한뒤 11시에 정자역에서 렌트카를 인수받았습니다. 오래전부터 꼭 운전해 보고 싶었던 아반테 HD였습니다. 
수원으로가 여자친구를 태우고, 바로 영동고속도로로 진입! 신나게 달려 2시간만에 대관령 양떼목장에 도착했습니다! 입장권에 실린 사진과 실제의 풍경의 땟갈이 매우 다르긴 했지만, 도심을 벗어나 평화로운 풍경 속을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습니다. 
아쉽게도 양은 5월부터 방목한다고 하네요. 여유있게 목장 주변을 한바퀴 산책하고 양들에게 건초를 먹여주었습니다. 양을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이였는데, 정말 순한 동물이더군요. 그런데 먹성이 어찌나 좋던지, 서로를 밀쳐내면서 건초를 얻어 먹으려고 안간힘을 쓰더라구요. 손에 양의 침이 좀 묻긴 했지만 나름 즐거웠습니다.
양떼 목장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경포대로 향했습니다. 꼬불꼬불 산길을 조금 내려오니 금방 도착하더군요. 아쉽게도 벚꽃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더군요. 한주 전에 W호텔 갔을때는 벚꽃이 안펴서 그냥 왔는데, 올해는 벚꽃과 인연이 없나봅니다. 
경포호를 처음 가봤는데, 고즈넉하니 평화롭고 좋더군요. 마음이 잔잔한 호수만큼이나 편안했습니다. 경포호 주변을 적당히 산책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놀다가 초당 순두부 집에서 저녁을 먹고 경포 해수욕장을 들러 동해 바다를 만끽하고 밤 늦게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용인 근처에서 조금 막혔지만 그런데로 무난히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경포 해수욕장 근처에 바다가 보이는 야외에서 조개구이를 먹을 수 있는 가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닥 맛이 별로 였던 초당 순두부 전골을 배불리 먹은 덕분에 조개구이를 먹고 오지 못한게 내내 아쉬워서 조만간 한번 더 가보고 싶네요.
부지런히 움직인 덕분에 여자친구와의 400일에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사랑과 일 모두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성실히 하루하루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도… 주말 야근을 합니다…

Goldberg Variations Bwv 988

[수입] J.S Bach – Goldberg Variations Bwv 988 (1981version) / Glenn Gould10점
바흐 (J. S. Bach) 작곡, 글렌 굴드 (Glenn Gould) 연주/소니비엠지(SonyBMG)

몸도 마음도 정신없이 바쁜 요즘 자주 듣게 되는 음반입니다. 듣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 지거든요. 지친 영혼을 위로 받는 기분입니다. 
특히 저는 Aria를 참 좋아합니다. 악보를 읽어보니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아서 열심히 연습하면 어설프게 흉내를 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 
cfile22.uf.196EDB0E49DF117AE54271.pdf
바다가 만들어내는 아련한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이 음악을 듣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 요즘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