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여행

어제는 대학원 동기 상운이가 정보과학회 논문대회에서 받은 상금으로 연구실 회식이 대전에서 있었다. 전날 적잖이 술을 마셔 피곤한체로 새벽에 잠들었는데 아침에 힘들게 일어나 고속터미널로 향할때부터 강한 피로가 엄습해왔다. 상운이를 만나 버스를 타고 대전으로 향하는 길, 오랜만에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알콩달콩(?) 나누느라 잠 잘 틈 없이 대전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손에 들고 있는 우산이 무안할 정도로 쨍쨍 내려찌는 더위가 대전을 감싸고 있었다. 택시를 타고 학교에 도착해서 전산과 2층에 들어서자 재호형의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곧 내가 있던 방문을 열고 들어가 오랜만에 석우형도 보고 윤경 누나도 볼 수 있었다. 마치 여전히 그 때 그 모습으로 학교에 남아 있는 듯한 진성이까지.

다들 모여 ‘김삿갓’으로 출발! 대부분은 봉고차를 타고 상운이와 나는 교수님 차를 타고 가며 교수님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드디어 한우를 먹는 순간! 사람들이 등심, 등심하는데 나는 등심을 제대로 먹어 본적이 없어 별 기대가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맛있을수가! 입에서 녹는 등심의 맛은 일품이였다. 이래서 사람들이 스테이크나 등심을 좋아하는구나! 그 뒤로 소고기의 여러 부위를 맛 보았는데 등심만한 것은 없었던 것 같다.

학교로 돌아와 도서관 까페에서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주로 우연히 도서관에 나타나신(?) 현익이형과 회사 이야기 학업 이야기를 나누었다. 디워에 대한 논쟁을 비판하는 재호형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교수님의 차를 얻어 타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 피곤함에 지쳐 졸음이 쏟아졌지만 조수석에 앉은 죄로 교수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대화를 나누며 서울에 도착했다. 좋으신 교수님, 상운이와 내가 다음 약속 장소로 이동하기 좋도록 성내역에 내려주셨다.

집에 가서 쉬었으면 좋으련만 다음 일정은 철이형 아들 돌잔치! 경북궁역에 일찍 도착해 혼자 방황하다 오즈 선후배님들을 하나 둘씩 만나 돌잔치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돌잔치가 끝나고 오랜만에 만난 오즈 사람들과 청계천 근처에 베니건스에서 맥주를 마시고 헤어졌다. 회식으로 시작한 긴긴하루가 힘들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한 즐거웠던 시간이였다.

p.s.
피곤하다고 툴툴대서 함께했던 사람들에게 영 미안함이 남는다. ^^;

서울, 서울, 서울

지난 수요일 현구형 결혼식으로 잠깐 서울을 들렸지만서도, 제대로 서울의 품에 안긴 것은 이주일만이였다. 학부시절 통학의 고통을 겪으면서 기숙사 있는 대학원에 진학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가까운 미래에도 ETRI 같은 대전의 연구소에 취직해서 조용히 여생(?)을 보내는 것을 꿈꾸었다. 하지만 이런 나의 생각을 정은이 누나는 젊은 사람으로서 바람직한 생각은 아닌 것 같다고 일침(?)을 놓으셨는데 요즈음에는 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서울역을 빠져나올 때 느껴지는 “활기참”, 그 속에 어울리고 싶은 충동을 외면할 수가 없다. 대전에 있으면 차분하고 편안한 느낌이 좋긴 하지만, 왠지 모르게 활기를 잃고 늘어지는 기분이 들때가 많다. 역시 아침 저녁 지옥철, 지옥버스를 이용해 통학하는 것을 경험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제는 서울로 돌아가고 싶다. (다행히 내가 갈 회사와 내가 살게 될 사옥은 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자전거로 출근할 수 있을 것 같다.) 서울-대전을 왕복하는 것만으로도 지쳐서 주중의 피로를 푸느라 이제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부담스러움을 느낀다.

내년 2월이면 분당으로 거처를 옮기게 된다. 워낙 바쁘기로 유명한 회사를 갈 예정이라 시간은 별로 없겠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회사에 가면 축구동아리를 들까? 마라톤 동아리를 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