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스는 무사히 끝났지만 내가 바라던 디펜스 후의 그 날은 아직 요원하다. 연구실 책상 옆 창가에 까치가 방금 지나갔다. 걸어서. KAIST에 사는 새들은 학생들처럼 귀차니즘을 즐기는 것인지 날기보다 걷는걸 좋아하는 것 같다. 반가운 사람을 불러온다는 까치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연구실에 아무도 없어 토요일 점심은 혼자먹을 팔자다. 이것이 내가 바라던 디펜스 후의 일상일까?
항상 잊지 말아야 하는 사실 하나. “우리가 바라는 미래는 결코 오지 않는다.” 디펜스를 앞둔 한달 전만해도 지금 이 시간을 간절히 바랬다. 비록 학회에 제출할 논문을 쓰고 인수인계를 위해 몇가지 일을 해야하지만 그저 논문심사만 통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바라던 그 날이 지금 펼쳐지고 있지만 역시나 난 지금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또 바보처럼 “논문작업만 끝나면…” 이라는 단서를 달고 결코 다가오지 않을 미래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을 살자. 가진 것에 감사하자. 일상에서 행복을 찾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