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MBN SUNSET MARATHON

아이와 함께 3K 코스를 완주했다. 오르막길이 길게 이어진 쉽지 않은 코스였는데 한 번도 걷지 않은 아이가 대견했다. 걷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달릴 수 없었다. 다음에는 앞에서 출발해야겠다.

가는 길에 인천 차이나타운에 들렀다. 인천 중구청 주차장 지하 3층 구석에 겨우 주차하고, 일본풍 거리를 지나 삼국지 벽화거리를 구경하고, 연경에서 점심을 먹었다. 20~30분 줄을 선 보람이 있을만큼 모든 음식의 맛이 좋았다.

대회장까지 가는 길은 험난했다. 대회 장소인 송산공원에는 주차가 불가하다고 하여, 영종역 근처에 주차한 뒤 3시 30분까지 셔틀을 타야 했다. 그런데 주차 자리를 찾아 헤매는 사이 어느새 3시 30분이 지나버렸다. 결국 셔틀 승차장에서 약 700m 떨어진 곳에 불법주차를 하고, 반쯤 포기한 심정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는데, 운 좋게도 마지막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버스에 무사히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 보았던 아이의 즐거운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 계획이 없거나 좀 허술해서 뜻밖의 경험을 하게 되는 것, 어쩌면 그런 식으로 사는 게 더 재밌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게는 첫 번째 마라톤 대회로 평생 기억에 남겠지만, 이 대회에 다시 참가할 일은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 공기가 너무 좋지 않았다. 코스도 아쉬웠는데, 영종도까지 왔는데 바다는 보이지 않고 아파트 옆 도로를 달리는 게 전부였다. 마지막으로 황당했던 건, 3K 메달이 부족해서 Half 메달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부상에서 회복 중인 나로서는, Half와 10K 코스를 달리는 주자들을 바라보며 부러운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던 아이는, 완주 후에는 다음에 또 하고 싶다고 했다. 하반기 서울 대회를 알아봐야겠다.

중고등학교 때 체력장에서 1,600m 달리기가 그렇게 힘들었는데,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가 3,000m를 25분 동안 쉬지 않고 완주했다니 정말 대단하다. 1년에 한두 번 단축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면서, 체력과 자존감을 함께 키워나갔으면 한다.

260410 달리기 부상과 훈련에 대한 생각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부상을 입지 않는다는 보장만 있다면, 그 어떤 힘든 훈련도 감당할 수 있을텐데…’

이번에 부상을 당해보니 그 생각이 더 간절해진다.

부상으로 인한 훈련 공백이 길어지면서, 부상을 잘 관리하는 것도 훈련의 일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계속 달릴지 쉬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 러너임바가 알려주는 기준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1. 대칭인가? 한쪽만 아프면 위험 신호. 양쪽이 비슷하면 괜 찮을 확률이 높다.
  2. 움직이면 나아지는가? 뛰기 시작하고 5~10분 안에 통증이 완화되면 일시적인 피로일 수 있다. 하지만 달릴수록 아프면 멈춰야 한다.
  3. 일상생활에서 불편한가? 걷기, 계단 오르기, 앉았다 일어 설 때에도 아프면 무조건 쉬어야 한다.

260407 수원화성, 팔달산 걷기 여행

장기근속휴가로 4/7~4/9을 쉬고, 4/10은 창립기념일이라 쉰다.

조직 책임자로서 길게 휴가를 쓰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날씨 좋을 때 더 바빠지기 전에 과감하게 쉬기로 했다. 내가 나를 챙기지 않으면, 누가 대신 챙겨줄까?

등교 시간에는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근처 사거리에서 녹색학부모회 활동을 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집에만 있을 수는 없었다. 연무대까지는 11번 버스를 타고 이동했고, 이후에는 수원화성 성곽을 따라 팔달산까지 걸었다.

용연은 처음 가봤는데,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가는 길에 아내와 연애 시절의 추억이 있는 장안문 보영만두에 들러 찐만두와 김밥을 먹었다. 정확히 그 시절의 그 맛이라 더 반가웠다.

작년 여름에 러닝하러 왔던 팔달산 둘레길에서는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내와 연애 시절의 추억이 있는 수원중앙도서관에도 잠시 들렀다.

돌아오는 길에는 조금 더 걷고 싶어 버스를 타지 않고 집까지 걸어왔다. 그렇게 2시간 39분 동안 11.65km를 걸었다. 총 상승 고도는 225m. 실제로는 12km 넘게 걸었을 것 같다. 실수로 가민 워치를 정지 상태로 둔 채 꽤 오래 걸었기 때문이다.

부상당한 왼쪽 햄스트링의 상태를 계속 살피며 조심스럽게 걸었다. 경사를 꽤 오르내렸음에도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미세하게 뻐근한 느낌이 있는 것 같기도 한데, 내일 아침 상태를 보고 문제가 없다면 천천히 조깅을 시작해봐도 좋을 것 같다.

실컷 걷고, 음악을 즐기고, 자연을 눈에 담았다. 날씨 좋은 날 반나절만 투자하면 누릴 수 있는 호사인데, 이게 뭐라고 1년에 한 번 누리기도 이렇게 어려운 걸까?

혼자서 걸으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하고 싶었는데, 오늘은 그저 눈에 보이는 것과 귀에 들리는 것을 온전히 느낀다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오히려 그래서 더 좋았던 휴가 첫째 날이었던 것 같다.

2026 JTBC 서울마라톤 풀코스 등록 완료 (KB 마라톤 카드 래플 추첨)

KB 마라톤 카드를 발급받은 보람이 있었다. 풀코스는 1,500장을 추첨했는데, 과연 몇 명이나 카드를 발급받았을지 궁금하다.

이로써 작년에 서브4에 실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던 그 대회에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 목표는 과감하게 3시간 28분으로 잡았다. 작년 기록인 4시간 8분에서 무려 40분을 단축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목표에 맞는 훈련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충분히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더 대담한 목표는 내년 3월 서울마라톤에서 싱글을 달성해, 보스턴 마라톤 참가 자격을 확보하는 것이다. 몸이 이 목표를 감당해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노력은 모두 해볼 생각이다.

260407 햄스트링 부상의 원인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단순히 고강도의 하프 거리 달리기를 2주 연속 소화했다고 해서 부상이 생긴 것은 아닌 것 같다.

3월 29일에 21km 빌드업 러닝 중, 18.5km 지점에서 물을 마시다가 스파우트 파우치의 뚜껑을 떨어뜨렸다. 5’00”에 가까운 페이스로 달리던 중, 갑자기 멈춰 방향을 전환해 뚜껑을 주운 뒤 다시 속도를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왼쪽 햄스트링에 손상이 발생한 것 같다.

그 짧은 순간, 그냥 지나칠지 멈춰서 주울지 고민했지만 결국 양심이 이기심을 이겼다.

덕분에 러닝 중 갑작스러운 멈춤이나 방향 전환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되었다. 다음에 같은 상황이 생긴다면, 고강도 구간을 모두 마친 뒤 쿨다운 때 천천히 가서 줍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