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우가 컴퓨터를 처음만났을 때

내가 컴퓨터를 처음만난 것은 초등학교 4학년때였다.
가난했지만 자식교육에 심혈을 기울이시던 부모님…
어느날 아버지가 컴퓨터를 가져오신다면서 286 AT와
386 SX가 있는데, 386 SX로 하려면 한달쯤 기다려야 한다고 하셨다.

빨리 컴퓨터를 해보고 싶은 마음에 그냥 286 AT로 결정했지만,
컴퓨터를 좀 알고 나서는 두고두고 후회했다 ㅋㅋ

삼보컴퓨터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괴상망칙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MS-DOS도 아닌 DR-DOS가 깔려있었는데, 그 것도 Protected 된 D드라이브에 깔려있었고,
따라서 운영체제를 바꿀 수가 없었다 ㅡ.ㅡ;;
그리고 부팅하면 한글드라이버가 자동으로 잡히고,
홈머시기 하는 삼보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떴다.

그 당시 나의 관심사는 학원에서 하던 오락인 ‘삼국지 무장쟁패’를 내 컴퓨터에서 하는 것!!!
학원에선 잘 되던게 집에 가져와서 하면 기본메모리가 600k가 안된다고 투덜대는 것이였다.
그걸 계기로 메모리에 대해서 알아보고 시작했고, 한글드라이버가 640k 기본메모리중에 40k정도를
차지한다는 것을 알았다. config.sys를 수정해서 한글드라이버 로드하는 것을 없앴고, XMS, EMS등의
확장메모리를 잡았다. 그리고 autoexec.bat를 수정해서 홈머시기 프로그램이 실행되는 것을 막았다.
그랬더니 실행이 되는 것이였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나는 성취감에 들떠있었다.
(물론 오락이 된다는 사실이 제일 기뻤겠지만 후후)

언젠가 나는 워크래프트2를 구했고, 너무나 하고 싶었다. 1탄을 데모로 해봤는데 너무 재밌었다.
그런데 2탄의 그래픽은 그 당시 거의 환상적이였다. 워크래프트2의 메모리 요구사항은 최소 8메가였는데
내 컴퓨터의 메모리는 4메가.. 그 당시 메모리 4메가의 가격은 10만원을 넘었다 ㅡ.ㅡ;;
고민하던중 워크래프트2의 메인 디렉토리에 윈도우 3.1 에서 실행가능한
확장자의 파일이 있길래, 플로피 디스크 14장정도로 되어있는 윈도우 3.1을 설치하고 실행했는데 됬다!!!
나는 그 때 하드의 일부를 메모리 처럼 사용하는 가상메모리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엄청 느렸지만, 그래도 히히 거리면서 재밌게 했다 ㅎㅎ
  
초등학교 5학년때는 컴퓨터 학원을 다녔다. 그 때 배운 것은 GW-BASIC 이였다.
처음접해본 프로그래밍의 세계, 어찌나 재밌던지 푹 빠져버렸다. 너무 재밌어서
열심히 했고, 친구들보다 2,3배 빠르게 진도를 나갔다. 한가지가 아쉬운 것이 있다면
내가 만든 프로그램은 GW-BASIC에서만 실행해야 한다는 것 이였는데, 나중에 QBASIC을 구하고 나서
이런 아쉬움이 해결되었다. 컴파일러와 인터프리터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후에 중학교 1학년때 동네 컴퓨터 학원에서 C언어를 아주 잠깐배웠는데, 그 때 가르쳐 주던 학원 원장님도
처음해보는 거라고 했다. 사실 그 당시 C언어라는게 뭔지 굉장히 궁금했는데 원장님도 잘 몰라서 배운게
거의 없었고, 조금 하다가 어설프게 학원을 그만두고 말았다. (hello world 정도 했으려나.. ㅋㅋ)

그리고 제대로 배운 건 대학와서, 겜마루라는 소모임의 스터디 시간…
그 때 상호형한테 배웠는데, 설명을 쉽게 잘 해주셔서 이해가 잘됬다. 숙제도 내주시고…
나의 C언어 스승은 상호형이였다 ㅎㅎ (학교진도는 스터디진도보다 한참 늦었으므로…)

또 언젠가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운영체제가 도스나 윈도우 말고 다른 것들도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리눅스… 나는 어디서 리눅스를 주워 들어서는 시디를 구했고 도전했다. 리눅스를 설치하면서
파티션과 파일시스템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그 때는 C언어도 잘 모를때였으므로, 리눅스를 설치해놓고는
허탈해졌다. “이제 여기서 무얼 하지? … “
나중에 IBM에서 나온 OS/2 Warp라는 운영체제도 설치해봤는데, 역시나 뭘 해야할지 몰랐다.
그냥 설치하는 자체가 목적이였다 ㅎㅎ

도스 시절 부터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까만 바탕에 흰글씨, 깜빡이는 프롬프트 그게 전부였지만…
컴퓨터의 개념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도 키보드만 두들기는 리눅스 콘솔과 vi가 매력적인지도 모르고…)

어린시절부터 컴퓨터를 공부하고 싶었다. 늘 궁금했고, 공부했다.
(게임을 실행시키기 위해서…)
컴퓨터로 유명한 학부에서 공부했고, 대학원에 진학한다는 사실에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살아왔음에 만족하고 감사한다.

하지만 어린시절 그 때 만큼 컴퓨터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지금도 가지고 있을까…

“건우가 컴퓨터를 처음만났을 때”에 대한 2개의 생각

  1. 지금은 게임이 안되면,
    용산으로 달려가 업그레이드를 하자나.
    순수한 열정이 중요한데 말이야.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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