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의 첫 대회를 만족스러운 기록으로 완주했다.
5시에 일어나 누룽지, 구운란, 바나나로 간단히 식사를 한 후 샤워를 하고 집을 나섰다. 집 앞에서 19번 버스를 타고 수원종합운동장으로 이동하였고 7시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천천히 대회장을 한 바퀴 둘러본 후, 화장실에 다녀왔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아미노바이탈 프로 3800, 요헤미티 에너지젤을 섭취한 후 느긋하게 짐을 맡기러 갔는데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짐을 맡기고 거의 바로 출발해야해서 준비 운동을 제대로 못했다. 기다리면서 틈틈히 스트레칭한 것이 준비운동의 전부였다.
대회 기념품 반팔티에 3.5인치 러닝 쇼츠를 입고, 그 위에 다이소 우비를 입었는데 체온 유지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출발하기 직전에 벗어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다음부턴 다이소 우비를 믿고 최대한 빨리 짐을 맡겨야 하겠다.
하프는 1, 2차로 나누어 출발했는데 1, 2차를 나누는 기준은 1시간 50분이었다. 나의 목표는 2시간 3분이었으므로 2차에 출발했다.
이번 대회는 5km 단위로 레이스 전략을 짰다. 첫 5km는 600, 그 다음은 550, 그 다음은 540, 그 다음은 재량껏 달리는 것이 이번 대회의 전략이었다. 러닝 워치의 랩 거리도 5km로 설정해두고 5km 단위의 평균 페이스를 참고하며 달렸다.
첫 1km는 몸이 안 풀리기도 했고, 주로가 혼잡하여 626으로 달렸다. 약간 초조했지만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고, 달리다보니 페이스가 올라와서 첫 5km를 계획보다 빠른 550으로 달릴 수 있었다. 접지력이 좋다고 느꼈던 써코니 엔스4를 신고 달렸는데, 비온 후에 살짝 젖은 도로가 미끄러워서 조금은 달리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레이스 전반적으로 엔스4의 퍼포먼스는 훌륭했다.
그 다음 5km에는 고가도로 1번, 지하차도 2번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반대 방향으로 업힐을 오르는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반환 이후 밀릴 껄 고려하면 내리막길에서 시간을 벌어놓자는 생각을 했다. 그 결과 522 페이스로 5-10km 구간을 달릴 수 있었다.
반환점을 돈 후 10-15km 구간은 업힐이 많아 쉽지 않았다. 550으로 막아보자는 생각이 540으로 막아보자는 생각으로 바뀌었고, 힘을 내서 533으로 마칠 수 있었다.
15-20km 구간을 달리던 중 러닝 워치의 예상 완주시간을 보았는데 1시간 57분이었다. 좋은 기록에 대한 욕심이 생겨 집중력을 높이고 인내심을 끌어다 쓰기 시작했다. 덕분에 519로 이 구간을 소화할 수 있었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내리막길에서 500-510으로 달릴 때 기분이 아주 좋았다.
마지막 1km는 마음 같아서는 500보다 빠르게 달리고 싶었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태어나서 하프거리를 두 번째로 달리는 것이니 여력이 남아 있지 않은 게 당연하겠지.
골인 지점에서 너무 집중한 나머지 러닝 워치의 운동 종료 버튼을 누르는 걸 깜빡해서 늦게 눌렀다. 그 결과 공인 기록은 1시간 56분 11초, 러닝 워치 기록은 1시간 56분 32초를 기록했다. 작년 10월 서울레이스의 공인 기록은 2시간 5분 22초였으니, PB를 9분 11초 단축했다. 어려운 코스에서 PB를 갱신해서 더 기쁘다. 평소에 장거리 달리기 훈련을 할 때 광교호수공원의 업힐을 포함해서 달렸던 노력이 오늘 빛을 발한 것 같다.
오늘 또 하나 재밌었던 것은 달리면서 인플루언서 러너들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는 거다.
- 로버트 허드슨 (마스터즈 남자 1위)
- 러너임바 (마스터즈 남자 5위)
- 김보건
- 톰뭉
연애인을 보는 기분이었는데, 이 또한 대회를 참여하는 재미요소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나는 최선을 다 했을까? 스스로 느끼기에 80~90% 정도는 한 것 같다. 러닝 워치의 리커버리 수치는 2%로 바닥인걸 보면 그래도 열심히 달리긴 한 것 같다.
대회뽕이 정말 있긴 한건지 이정도로 잘 달릴 수 있을 줄 몰랐다. 그동안 꾸준히 노력한 게 어디가지 않는구나, 마라톤은 정직한 운동이구나 그런 생각을 이번 대회를 달리면서도 하게 되었다. 이제는 꾸준한 노력의 힘을 믿어도 될 것 같다. 오늘도 자신을 믿지 않았다면 반환점을 돌기 전에 522 페이스로 밀어볼 수 없었을 것이다.
다음 대회는 2주 후 서울마라톤 10km. 나를 한번 더 믿어본다면 작년 4월 서울하프마라톤에서 기록한 52분 52초를 갱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와 날씨 안좋은데 기록 넘 좋네요. 회복 잘하세요! 안그래도 어제 수원지나가다가 도로통제 안내문을 봤는데 이 경기때문이었군요!
달리기엔 오히려 딱 좋은 날씨였어요. 비가 안와서 정말 다행이었어요. 리커버리 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