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서울 YMCA 마라톤대회

‘Pain is inevitable, Suffering is optional.’

무라카미 하루키 책의 서문에 등장하는, 마라톤을 달리며 머릿속으로 되풀이해서 외우는 누군가의 만트라를, 오늘도 생각하면서 달렸다.

출발하기 전에 선택해야 한다. 곧 시작될 레이스에서 얼만큼의 고통을 감내할 것인지. 적당히 즐겁게 뛸 것인지, 기록 갱신에 도전할 것인지. 3주 연속으로 후자를 선택했고, 레이스에서 할 수 있는 만큼 고통을 감내했고, 결국 원하는 바를 이루었다.

  • ’24/10/13 SEOUL RACE 02:05:22
  • ’25/3/2 경기수원국제하프마라톤 01:56:11
  • ’25/3/30 인천국제하프마라톤 01:51:42
  • ’25/4/6 더 레이스 서울 21K 01:49:17
  • ’25/4/13 서울 YMCA 마라톤대회 01:48:32

지난 주 더 레이스 서울 21K를 달릴때보다 전반적으로 컨디션이 좋았다. 꿈자리가 뒤숭숭했지만 5시간 이상 잤고, 아침 식사도 부족하지 않게 했다. 덕분에 15km 지점까지는 힘있게 달릴 수 있었다.

C그룹이었지만 선두에서 1시간 50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간 덕분에, 정체구간 거의 없이 쾌적하게 달릴 수 있었다. 두 명의 페이스메이커를 따르는 그룹이 20~30명 정도 되어서 외롭지 않게 달릴 수 있었다. 시계를 자주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좋았다.

페이스메이커 두 분이 초반 페이스를 빠르게 가져가셔서, 처음 10km를 거의 500에 가깝게 뛸 수 있었다. 혼자였다면 그렇게 뛸 수 없었을것이다.

내 목표는 1시간 50분이 아니라, 1시간 48분대 기록이었으므로 17km 지점에서 페이스 메이커를 추월하여 혼자만의 레이스를 시작했다. 체력은 거의 소진되었고, 종아리 근육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맞바람이 강하게 불었지만, 페이스를 유지하려고 애썼다. 리듬과 자세에 집중하는 것 말고 달리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속도를 늦추고 싶은 마음, 걷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이 올라올 때마다, 레이스를 인생에 대입해 보고는 한다. 적당한 노력으로 그저 그런 인생을 살다 갈 것인지, 불편하고 힘들어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볼 것인지 갈림길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적어도 레이스에서만큼은 나의 선택은 언제나 최선을 다 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끝까지 스스로 선택한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결승점을 통과했고 덕분에 원하는 기록을 얻을 수 있었다.

이번 대회는 페이스메이커를 활용하는 경험을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다음 대회는 10km인데, 50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가볼 생각이다.

그렇게 3주 연속 하프마라톤 대회 참가 미션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여기서 얻은 성취감, 자신감,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앞으로 삶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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