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빡이

어제 교육과정에서 조편성을 한 후 저녁식사를 하며 서로 친해졌고, 오늘은 본격적으로 “팀빌딩”이라는 교육과정을 체험했다. 여느 대기업에서 하는 것에 비하면야 아주 약소하지만, 오랜만에 팀명을 정하고 팀구호와 팀가를 만드는 쑥쓰러운 작업을 해냈다.

우리가 정한 팀의 이름은 바로 티빡이!

마빡이의 배경노래를 개사하여 팀가를 만들고 실제 노래를 부를때는 마빡이 율동(?)을 어설프게 따라했고, 마지막 팀 구호에서는 티빡이라 외치며 우리가 만든 티빡이 자세를 부끄럽게 취해보였다.

공연(?)이 끝나고 어떤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아… 회사 옮겨야겠다.”

다들 나처럼 내성적(?)인 분들이 모인 집단이라 그런지 우리는 쑥쓰러움을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로 서로 무마하며 자리에 앉았다.

첫 출근

그 동안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절을 올리고 첫 출근을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좋은 기분으로 길을 나섰으나 오랜만에 겪는 혼잡한 서울에서의 출근은 역시 예상대로 피곤했다. 8시에 집을 나서 9시 35분이 되어서야 삼성역 근처의 교육센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빨리 사택에 입주하여 연구실에 걸어서 출근할 수 있는 날이 오길!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대학원 동문들이 많아서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그 중에 절반은 서로 안면은 있지만 인사를 나눈적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친해질 수 있었다. 조편성을 하면서 새롭게 만난 분들도 좋은 분들이였고, 나와 같은 Core실에 가게될 신입연구원들도 다들 좋은 분이라 연구실 생활이 기대가 된다.
 
6시까지 회사생활에 대한 교육을 마치고 저녁식사는 삼겹살에 소주를 함께했는데, 아주 오랜만에 마시는 소주인지라 1병정도에 한계치에 도달하여 집에 오는 길이 적잖이 고생스러웠다. 다시는 술을 많이 마시지 않겠다는, 언젠가는 또 잊어버릴 다짐을 하는 나 …

대기업이 아닌 이 회사를 선택한 이유는 다른 곳에서 경험할 수 없는 도전적인 연구를 해볼 수 있다는 것과 실력있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엔지니어로 성장하기에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부족한 능력에 비해 잠재력을 인정해 주고 좋은 대우를 해주었다는 측면도 크게 작용했다.

빨리 3일과정의 교육이 끝나고 연구소에서 내 책상, 내 컴퓨터를 가지고 생활할 날이 오길. 서울의 출퇴근을 경험하며 벌써 부터 한적한 대전생활이 그리워진다.

마지막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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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마지막(?) 졸업식에 참가하기 위해 아침 일찍 영등포역에서 새마을호를 타고 대전역을 향했다. 졸업식은 2시 부터였지만 교수님을 뵙기 위해 약소한 선물을 들고 일찍 출발했다. 아뿔사! 185번을 타고 동측 쪽문에서 내렸는데 학생증이 없어 정문까지 걸어야했다. 아침 일찍인데도 벌써 부터 정문앞에 꽃을 파는 상인들이 나와 졸업하는 나에게 꽃을 사라고 했다.

연구실에 들러 교수님께서 오시기를 기다렸다. 점심에는 연구실 사람들과 피자를 먹은 후 교수님 방에 들러 인사드렸다. 행진(?)을 하기 위해 학부체육관에 모여 줄을 섰다. 2시가 가까워 오자 학부체육관에서부터 졸업식이 열리는 노천극장까지의 무질서한(?) 행진이 시작되었다.

졸업식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우린 모두 탄성을 질렀다. 공부하다가 스스로의 한계에 좌절하거나 혹은 청춘사업으로 인해 골머리가 아플때 가끔 찾아가서 별보고 음악들으며 기분전환하던 그 음산한(?) 노천극장이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다. 졸업생들이 앉을 자리에는 담요와 핫팩이 있었다! 학부모석에는 우산모양의 난로까지!!!

명예박사학위 수여식에서부터 축사, 치사, 식사 등의 뭐가 뭔지 구분도 안되는 순서가 지나면서 내 발은 얼어서 동상에 걸릴 것 같은 지경에 이르렀으나 누구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는 것을 보면 다들 학교측의 철저한 준비에 만족 내지는 감동하고 있는 듯 했다. 한 사람씩 단상위에서 이름을 불러주고 졸업장을 준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으나, 2개의 큐를 마련하여 각각 대략 2초에 한명씩 뽑아내니 생각보다 빨리 진행이 되었다. 추억에 남을 만한 졸업식을 만들어 주겠다던 학교측의 약속은 충실히 이행된 듯!  

졸업식이 끝나고 부모님을 만나 사진을 찍고, 전산과로 돌아와 연구실 사람들, 동기, 후배들과 사진을 찍었다. 어머니께 졸업가운을 입혀드리고 사진을 찍을 때가 가장 뿌듯했던 것 같다. 졸업가운을 반납하고 졸업증명서를 띠어 졸업이 되었음을 확인하고 안심한 후 학교를 떠나 유성에서 저녁을 먹었다.

돌아오는 길에 내가 일하게 될 회사 연구실과 내가 거주하게 될 사택에 들러 짐을 두고 돌아왔다. 정겨운 사람들이 함께 했던 연구실을 떠나 마음 열고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아직은) 없는 낯선 장소를 만나서야 비로소 나의 대학원 생활이 온전히 끝이 났음을 실감할 수 있었고 그래서 조금은 침울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제 겨우 내 인생의 1막이 끝이 났을 뿐 …

스노우보드 배우기

오즈 엠티에 이어 2박 3일의 일정으로 휘닉스파크에 다녀왔다. 엠티에서 방은 작은데 사람이 많아서 도저히 잘 수 없는 지경이라 밤을 새우고, 다음날은 다시 하루를 뒤집어 새벽 6시에 이어나 8시에 삼성역에서 윤서누나를 만나 휘팍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물론 매우 피곤한 상태로 …

숙소에 도착해 라면을 끓여먹은 후 장비를 빌려 11시쯤 스패로우를 오르는 리프트를 탈 수 있었다. 보드는 작년에 3시간 타본 것이 전부. 과연 그때만큼 탈 수 있을까 불안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 약간 불안하긴 했지만 사이드 슬리핑과 펜쥴럼으로 내려오는데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스패로우를 한번 내려오며 예전의 감을 회복한 후, 연구실 사람들을 만나지 못한 관계로 홀로 동영상 강좌에서 본대로 베이직 턴을 시도해보았다. 의외로 몇 번만에 양방향의 베이직 턴을 어설프게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첫 날은 스패로우에서만 베이직 턴을 연습하며 보냈다. 저녁시간은 보드게임과 맥주와 “주몽”과 함께 보내고 잠들었다.

둘째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온몸이 만신창이! 라면으로 아침을 때우고 다시 스키장으로 고고싱! 보드를 잘타는 요셉이가 가세하여 얼떨결에 시작부터 몽블랑에 올랐다. 안그래도 눈이 내리고 안개낀 날씨에 몽블랑을 오르는 리프트(콘돌) 위에서 “이게 잘하는 짓인가?”하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어제의 어설픈 턴조차 구사하기 힘든 상황에서 무작정 파노라마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산등성이의 완만한 경사에서 요셉이의 가르침을 받으며 감을 잡고 내 자세가 상당히 불안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거의 서서 타고 있었고 무게 중심이 뒤에 실려 있었다. 드디어 본격적인 경사를 만나 턴을 시도하고 넘어져 눈위를 질질 끌려가기를 몇 차례 반복하며 조금씩 나아갔다. 그렇게 오전에는 조금은(?) 버거운 파노라마에서 연습을 했다.

점심을 먹으려고 12시 30분에 모였는데, 지갑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작년에는 순일이한테 빌린 보드장갑을 잊어버리더니 이번에는 내 지갑이란 말인가? 심하게 몇 번 구르면서 주머니의 자크가 조금씩 열렸고 언젠가 어디에선가 빠져나간 것 같다. 분실물 센터에 신고하긴 했으나 찾으리라는 기대는 안드로메다로 …

스키장에 가기 직전에 마트에 들러 10만원을 뽑으려고 시도했으나 CMA 현금카드라서 그런건지 안뽑아진 것이 전화위복! 잃어버린 지갑에는 단 돈 천원이 들어 있었다. 돈은 그렇다 치고 애지중지 하던 지갑과 그 안에 들어 있던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CMA 보안카드, CMA 현금카드, TTL 멤버쉽 카드, 학생증, LG카드, 신한맥스카드, 삼성카드 등을 다시 재발급 받을 생각을 하니 정신적 데미지가 느껴진다. (칠칠맞지 못한 영혼이여 빨리 꼼꼼하고 야무진 아가씨를 만나야 할텐데 …)

지갑분실건만 아니면 다 좋을 것 같은 오후, 스패로우까지 걸어가는 것이 귀찮다는 것에 의견을 모으고 초급자 탑승금지라고 써있는 리프트(팔콘)를 타고 불새마루에 올랐다. 키위에서 보드를 착용하며 아래로 보이는 상당한 경사에 후회가 밀려왔다. 도저히 턴이라고는 시도조차 해볼 수 없어 보였다. 처음에는 사이드 슬리핑으로 낙엽쓸면서 겨우 내려오다가 몇 번 가다 보니 힘들게 턴을 하며 내려올 수 있었다. 키위 아래로 이어지는 팽귄은 작년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워낙 겁이 많아서 무게 중심을 뒤로 빼는 습관이 완전히 고쳐지지 않았지만 대략 턴으로 끝까지 내려올 수 있게 되어 나름대로 흡족했다.

이번 경험으로 지금까지 총 3일동안 스노우보드를 배웠는데, 속도감도 좋고 엣지로 눈을 긁는(?) 느낌도 좋다. 다만 몇 번 심하게 넘어져서 현재의 몸상태가 엉망이라는 것과 지갑을 잊어버려 집에 오자마자 여기저기 재발급 받으러 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에러! 어느정도의 기초를 닦았으니 다음주에 회사 워크샵에서 스키장을 찾게 되면 좀더 능숙하게 탈 수 있도록 연습해 보아야겠다.

마지막 방학

인생의 마지막 방학을 보내고 있다. 오늘까지는 집에서 빈둥빈둥. 역시 놀고는 못사는 성격이라 그런지 빈둥빈둥 노는 것이 즐겁지만은 않다. 게다가 내 책상이 없다는 핑계로, TV 소리가 들린다는 핑계로 책도 읽지 않고 있으니 조금은 스스로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것도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내버려 두고 있다.
 
내일부터 졸업식까지는 살인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주말에는 오즈 엠티를 다녀올 예정이고, 다음주 월요일부터는 연구실 식구들과 함께 휘닉스파크에 2박 3일 일정으로 보드를 타게 될 것이다. (연구실을 떠난 처지에 조금 민망하기도 하지만. ^^;)

게다가 오늘 회사에서 전화가 왔는데, 연구소 입사 첫 날 회사 워크샵으로 스키장에 간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달받았다. 일체의 렌탈비와 리프트권 비용을 모두 지원해준다는 파격적인 사실과 함께! 그리고 내가 어떤팀에 들어가게 될지도 알게 되었다.

작년 2월 난생 처음 스키장에 갔고, 엉덩이 보호대 없이 보드복이 아닌 100kg 나갈때 즐겨입던 파카잠바를 입고 힘들게 보드타는 법을 배웠다. 3시간의 넘어짐 끝에 펜쥴렴을 어느정도 자유롭게 구사하게 되었을 때, 주간권이 끝나는 시간이 다가와 무리하게 빨리 내려오다 그만 심하게 넘어졌는데, 잠깐 거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그 이후로 안탔다 ……

올해는 보호대와 함께 보드복도 제대로 갖춰입고, 겁은 상실하고, 턴까지 꼭 배워보고 싶다. 돈 생각하지 말고 마지막 방학을 만끽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