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택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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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월 입사 이후에 거주하게 될 사택을 배정 받았다. 분당 서현역을 중심으로 왼쪽 위에 빨간 네모가 회사 연구소, 오른쪽 아래 파란 네모가 사택이다. 지하철 몇 정거장 떨어진 곳에서 회사를 다니게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정말 가까운 곳이라서 마음에 든다.

왼쪽 아래 초록색으로 보이는 부분이 분당 중앙공원! 달리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최적의 장소가 될 것 같다. 걸어서 출퇴근하고, 회사에서 밥먹고, 놀 시간 없이(?) 열심히 일하면 그야말로 돈이 굴러 들어오겠구나!

당산역에서 만난 도인들

친구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당산역 앞에서 또 그들(?)을 만났다. 서울에 살때는 꽤 자주 만났는데 대전 생활을 하면서 만난 것은 오늘이 두번째(만남의 장소는 물론 모두 서울).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이루마의 연주곡을 들으며 유유히 버스 정류장을 향하는데 어떤 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당신에게서 좋은 운이 보입니다. 잠깐만 …”

나는 손사레를 치며 지나쳤다. 그를 뿌리치고 난 후 10초후에 또 다른 사람이 나를 잡으며,

“좋은 기운을 타고나셨네요. 잠깐만 …”
“관심 없습니다.”

두번째 도인(?)도 매정히 뿌리쳤다. 평소 같으면 호기심에 몇 마디 들어봤겠지만, 오늘은 빨리 들어가서 <하얀 거탑>을 봐야 하기에 자제의 미덕을 발휘했다.

난 유난히 도인(?)들에게 잘 찍히는 편이다. 정말 내가 비범한(?) 인물이여서 그런건지, 잘 속을 것 같아 보여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으나 전자였으면 좋겠다. 작년 말에 고속버스터미널역에서 만난 여자도인(?)은 나를 보고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뭔가(?)가 기운을 막고 있어서 능력발휘를 못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형편없는 집중력에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을 때면 가끔 이 여자도인의 말이 신경쓰이는 것을 보면 나도 참 …

지인의 지인의 경험담에 의하면 그들을 따르게 되면 어깨들이 지키고 있는 장소에 가서 절 하고 돈 내고 온다고 하는데 그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비슷한 경험 다들 가지고 계신가요?

ETRI를 다녀와서


KAIST에 들어오기 이전에 정은 누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KAIST 졸업하면 ETRI에 취직해서 대전에서 연구원으로 조용히 살고 싶어요.”

워낙 서울의 번잡함에 지친 나의 이런 반응에 누나는 “젊은이로서 바람직한 생각은 아닌 것 같다”라고 일침을 놓아주셨다. 대전 생활을 2년동안 해오면서 나는 충분히 정은 누나의 생각을 이해하게 되었다. 특히 바로 그 ETRI를 방문하고 나서 더욱 “서울의 활기”를 생각하게 되었다.

오늘은 프로젝트에 관련해서 발표를 하고 협력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ETRI에 다녀왔다. 대략 8명 정도의 ETRI 연구원들 앞에서 발표 및 데모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사진을 찍어보았다. ‘언제 다시 와보겠어’라고 생각하며 …

서울의 번잡함보다 싫었던 것은 출퇴근의 피곤함이였던 것 같다. 매일 3시간 가량을 길거리에서 허비해야 한다는 것이 항상 불만이였기에 대학원은 기숙사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곳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꿈은 이루어져 동측기숙사에서 연구실까지는 걸어서 10분거리도 안되지만, 가끔은 출퇴근 하며 여러 사람과 스쳐 지나가던 때가 그립기도 했다. KAIST에서 느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외로움”도 아마 사람이 그리웠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KAIST보다 ETRI의 분위기는 더 늘어지는 것 같다. (물론 개인적인 느낌임을 밝힌다.) 유원지에 온 것 같은 쾌적한 환경에 주위를 둘러봐도 사람 10명 찾아보기 힘든 한적함. 덕분에 “활기”라는 것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강력한 “귀차니즘”에 전염될 것만 같은 느낌.

여전히 나는 차분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학교의 분위기를 좋아하긴 하지만, 대전에 있는 2년동안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행히 내가 일할 곳은 서울과 가깝지만 서울만큼 번잡하지 않은(?) 분당이고 내가 살 곳도 회사에서 지하철 몇 정거장거리에 있는 곳이 될 것이므로 걸어서 혹은 자전거 타고 출퇴근이 가능 할 것 같다. 게다가 강남과 가까워 사람들을 만나기도 좋다. 떠나는 아쉬움과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로 싱숭생숭한 요즘이다.

피파온라인

요즘 내가 하는 유일한 게임은 피파온라인. 한번 손대면 끝도 없이 계속 플레이 하게되는 RPG게임과 달리 한 경기로 깔끔하게 마무리 되는 스포츠게임은 시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탄력 받으면 여러게임을 연달아 하기도 하지만.
 
피파온라인에서 나의 등수는 대략 82000등이다. 그럭저럭 중상위권(?)에 속하는 등수라고 할 수 있고, 승률은 대략 51.5%, 골득실은 대략 +30골. 빨간 유니폼이 마음에 들고 4-4-2 포메이션을 고집하는 관계로 영국대표님 혹은 맨유를 선택해서 게임을 즐기고 있다.
 
재밌게 하다가 이 게임을 지우게 될 때가 있다. 바로 매너와 배려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초딩(?)을 만났을 때! 오늘 점심을 먹고 식후땡(?)으로 피파온라인을 몇 게임 했다. 나보다 등수는 하위권이였으나 승률과 골득실은 훨씬 뛰어난 친구와 게임을 즐기게 되었는데, 이 친구가 게임 중에 하는 소리가 가관이다. 골이 들어 갈때마다 혼자 “골”, “굿” 이러면서 슬슬 약올리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그 실력으로 날 이기려고?”, “ㅉㅉㅉ” 이라고 혼잣말을 즐기고 있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건지, 기억이 안나는 건지 그 밖에도 반말을 포함하여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들을 지치치도 않고 혼자서(!) 열심히 쏟아냈다.

이럴 때 나는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한다. 어차피 대응해봐야 나도 똑같이 초딩(?)이 되어버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지만 초딩(?)의 철 없는 몇 마디에 기분이 상하는 걸 보면 나도 아직 한참 어린 것 같다. 그렇게 기분이 상하고 나면 부질없음을 깨닫고 차분히 책으로 돌아간다.

리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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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유종의 미를 거두고 원할한 인수인계를 위해 내가 개발한 VICODE의 사용자, 개발자 메뉴얼을 작성하는 것이다. 간단한 예제에 대하여 개발하는 과정을 직접 따라가며 메뉴얼을 작성하던 중 사진 아래에 보이는 임베디드 보드를 활용하여 실제로 시스템을 구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VICODE의 핵심기능 중 하나는 임베디드 리눅스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와 임베드드 보드에 붙어 있는 FPGA의 하드웨어간의 인터페이스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것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이의 연결통로를 자동으로 생성해주어 소프트웨어는 라이브러리를 사용하듯 API를 호출하여 하드웨어와 통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원하는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소프트웨어가 A()라는 함수를 호출하고 B()라는 함수를 호출하면 LED 1번에 찬란하게 빛이 들어와야 한다. 그러나 결과는 깜깜 무소식! 순간 내 머리속을 스치는 단어는 “리콜”. (석사학위논문은 지도교수가 6개월안에 취소할 수 있는데 우리는 이를 흔히 “리콜”이라고 부른다.) 순간 마음이 분주해졌다. 소프트웨어 버그였다면 비교적 금방 찾겠지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사이의 통신은 몇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무엇이 문제인지 찾기 힘들다. 결국 묵혀둔 연구노트를 펼쳐 원인을 발견하고 문제해결에 성공. 희망의 LED가 찬란하게 빛났다.

아직 연구실에서 해야할 일이 많지만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기에 즐겁게 하고 있다. VICODE를 이어서 개발하게 될 재호형이나 올해 연구실에 들어올 석사신입생들의 시행착오를 조금이라도 줄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한 마음이 든다.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답도록(?) 남은 기간 내게 주어진 일들을 즐겁게 매듭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