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밤 18km를 달리면서 쓸수 없게 된 오른쪽 발목 상태가 어제 밤까지 호전되지 않아서 어쩌면 완주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제 밤 두 가지 선택이 완주를 가능하게 했다. 첫 번째 선택은 발목에 파스를 붙이고 잠들었고, 아침에 새 파스를 붙이고 레이스에 임했다. 두 번째 선택은 대회에서 카본화 SC트레이너 대신 쿠션화 1080을 신었다.
고민 끝에 코로스 시계의 가상 페이서 기능에 2시간 15분, 평균 페이스 623을 목표로 설정하고 출발했다. 발목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하는 데에 온 신경을 집중하면서, 나도 모르게 페이스가 빨라질 때마다 보폭이 커질 때 마다, 속도를 늦추기를 반복했다.
초반에 광화문, 경복궁을 지나 청와대 쪽으로 올라가는 길을 제외하곤 오르막길이 없었다. 그마저도 짧고 완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발목을 쓰지 않기 위해서, 지면접촉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신경을 많이 썼다.
PB 맛집이라 불릴만 했다. 경사가 거의 없고, 주로는 정체없이 쾌적했다. 다만 스펀지를 나누어주는 구간이 짧아서 이용하기 힘들었던 점은 아쉽다.
대회에서 하프를 처음 뛰어보니 ’10km까지는 그냥 깔고 가는 거구나, 여기서부터 시작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10km를 이렇게 편안하게 달려온 자신에게 조금 놀라기도 했다. 21km를 달릴 결심을 하고 있어서 그랬을까?
14km 지점에서 처음으로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15km 지점에서 바나나를 1/4 정도 먹었고, 17km 지점에서 에너지젤을 먹었다. 이때부터는 꽤 힘들었지만, 내 이름을 부르며 응원해주신 분들의 호의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난 결승지점에 당황하며, 2시간 5분 22초로 피니쉬. 대단한 기록도 아니고, 정신력을 바닥까지 끌어다 쓴 최선의 레이스라고 할 수도 없겠지만, 나름대로 납득할 수 있는 성실한 레이스였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달리는 것이 내가 꿈꾸는 레이스였고, 2시간의 긴 여정을 머릿속에 그렸던대로 이끌었기 때문에 오늘의 레이스에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