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분 시간주

월요일 팀회식, 수요일 실회식으로 달리기 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는 한주를 보내고 있다. 게다가 회식자리에서 피할 수 없는 술로 인한 컨디션 난조와 체중 증가를 어디에 하소연 할 것인가? 어제는 반드시 뛰어야 하는 날인데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내렸으나 다행히도 퇴근 할 때 즈음에는 가랑비만 내리고 있어 달릴 수 있었다.

‘기분도 우울한 하루였는데, 비까지 맞으면서 꼭 뛰어야 해? 어제 술 마셔서 피곤하잖아!’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두어달 후에 뛰게 될 길고 긴 하프 마라톤의 레이스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난 쉽게(?) 유혹을 뿌리칠 수 있었다. 운동을 해서 좀더 준수한(?) 외모를 갖추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어느때 보다 큰 요즘이기도 하고.

그리하여 사택에 도착하자마자 일절의 망설임 없이 팻다운 한병 원샷하고, 운동복으로 갈아 입고 길을 나섰다. 요즈음에는 계속 30분 시간주를 했는데 생각보다 힘들다. 숨이 차는 것은 없지만 다리가 피곤한 것을 느낄 때가 많다.

이번주는 40분 시간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 스탑워치를 켜고 겸손한 마음을 지닌체 의식적으로 천천히 뛰기 시작했다. 거리는 신경쓰지 않기로 마음먹고, 속도가 빨라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이어폰으로부터 들려오는 음악에 집중하며 달리기를 즐겼다. 아이팟 셔플이 골라주는 음악은 그럭저럭 마음에 들었다.

금세 20분이 지나고 반환점을 돌았다. 30분 시간주를 빠르게 달릴 때와 거리는 별 차이 없었고, 천천히 뛰어서 그런지 몸 상태는 훨씬 양호했다. 1시간 시간주도 당장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마지막 40분을 다 뛰어냈을 때에도 평소 30분을 뛸때보다 더 힘이 남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정직한 운동인 달리기를 할 때 자만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는 속도를 줄이고 체력을 향상 시키면서 컨디션을 조절해서 일상생활에 무리를 주지 않도록 해야겠다.

40분 시간주를 무난히 완주함으로써 이번주의 달리기 목표는 어느정도 달성하였지만 두번의 회식과 한번의 저녁 약속으로 인하여 체중은 제자리다. 하지만 확실히 몸은 점점 발란스를 찾아가고 있어 뛰는 것이 자연스럽다. 꾸준히 노력한다면 다음주에는 79kg으로 뺄 수 있을 듯.

항상 달리기가 주는 최고의 기쁨은 목표한 만큼을 쉬지 않고 뛰어냈을 때의 성취감! 그 때 얻는 자신감!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마음!

daybreaker님의 질문에 대한 답변

덧글로 달기에 주절주절 길어져서 따로 포스팅 합니다. ^^;

Q.  [30분][30분][30분][30분] 이렇게 쓰신 건 그 주에 30분씩 4일 달리기 연습을 한다..는 뜻인가요? 보통 달리기
하실 때 속도를 어느 정도로 하는지(러닝머신이라면) 궁금합니다. 그 외에 식이요법(?)은 어떻게 하시는지도..

A. 맞아요. 30분은 쉼 없이 뛰는 시간을 말하는 것이구요, 실제로는 달리기를 시작하는 분당 탄천까지 걸어서 왕복하는 시간 20분 정도가 더해집니다.

식이요법은 별달리 하는게 없구요, 회사 식당밥은 빠짐없이 열심히 먹어요. ^^; 그 대신 다른 것은 일체 입에 대지 않죠.
그런데 사회생활하다보니 회식은 피할 수가 없네요. 나름 자제를 하겠지만 그래도 다이어트에 치명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천천히 꼭꼭
씹어드시는 것도 중요합니다. 포만감을 일찍 느끼게 되고 소화가 잘 되서 살이 찌지 않죠. ^^

다이어트에 대해서 한가지 팁을 드리면 저의 경우의 달리기 직전 팻다운 한병을 쭉 들이킵니다. 체지방 분해에 탁월한 효과가 있거든요. 작년 대학원에 있을때 30병 마시고 두어달 사이에 83kg에서 72kg까지 빠졌던 적이 있습니다.

시간주의 경우에는 체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주 목적이기 때문에 속도는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좀 빨리 뛰는 편인지,
요즘 30분 시간주로 달리는 거리를 측정해보니 6km가 넘네요(분당 중앙공원 부근에서 정자역 조금 넘어까지). 러닝머신으로
생각하면 12km/h로 달리는 꼴인데 실제 러닝머신에서 저 속도 놓고 30분 뛰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밖에서 뛰면 흥이
나는지 몰라도 빨리 뛰는게 가능하더라구요.

대전에 있을때 주로 뛰던 코스를 말씀 드리면 동측 쪽문에서 시작해서 북쪽으로 쭉 달리다보면 삼거리가 나와요. 거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ETRI죠. 아무튼 거기까지 갔다가 돌아오면 5km가 조금 안됩니다. 그 코스를 23분에서 25분사이에 뛰었던 것
같습니다. 우회전해서 ETRI와 엑스포를 지나 다시 동측 쪽문으로 돌아오면(상당한 경사를 포함한 약 7km 코스) 40분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다음에는 분당 지역 주민(?)들을 위해 저의 달리기 코스를 소개하겠습니다.

하프마라톤 대비 훈련 계획

10km 코스야 지금 당장 뛰라고 해도 (물론 상당히 고통스럽겠지만) 완주할 수 있을 만큼 이미 익숙해졌지만 하프마라톤은 상상만 해도 아찔 할 정도로 기나긴 고통의 여정이 될 것 같다. 그만큼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 같아서 14주의 다이어트 및 훈련계획을 세워보았다.

하프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2시간을 쉼 없이 뛸 수 있는 체력이다. 그리고 무릎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체중을 줄여야 한다.

다이어트에는 이미 이골이 나서 큰 무리가 없을 듯 하다. 최종 목표는 75kg에 체지방율 15% 이하! 최근 일주일 간의 체중 변화만 보아도

화요일 : 82.1kg (달리기)
수요일 : 81.6kg
목요일 : 81.4kg (달리기)
금요일 : 80.5kg
토요일 : 80.5kg (달리기)

75kg까지 체중감량은 무난할 듯 하고, 오래 달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몸의 근육이 잡히는 효과가 있어 예전의 균형잡힌 몸매를 되찾을 수 있을 듯 하다.

원래 10월 3일 대회를 생각했었는데 수요일이였다. 그래서 다시 찾아봤더니 10월 14일에 분당에서 열리는 e-푸른성남마라톤 대회가 있어 여기에 참가하기로 계획을 수정하였다. 매일 훈련하는 곳에서 대회가 열리는 것이라 편안한 마음으로 레이스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훈련을 시작한 이번달 9일부터 총 14주의 시간이 있다.
(주차 : 목표체중 : 훈련계획 [10km 거리주][30분 시간주] …)

1 : 80.0 : [30분][30분][30분][30분]
2 : 79.0 : [30분][40분][30분][40분]
3 : 78.0 : [30분][50분][30분][50분]
4 : 77.0 : [30분][50분][30분][60분]
5 : 76.0 : [30분][60분][30분][60분]
6 : 75.5 : [30분][10km][30분]
7 : 75.0 : [30분][70분][30분]
8 : 75.0 : [30분][80분][30분][70분]
9 : 75.0 : [30분][90분][30분][80분]
10 : 75.0 : [30분][100분][30분]
11 : 75.0 : [30분][120분][30분][100분]
12 : 75.0 : [30분][20km]
13 : 75.0 : [30분][60분][30분]
14 : 75.0 : 대회참가

계획을 세워놓고 보니 만만치가 않은 듯 하다. 나를 믿어보자.

하프마라톤 도전을 선언하며

올해 초에 올해는 꼭 하프마라톤을 뛰겠다고 다짐하였지만 스스로의 게으름으로 인하여 한번의 10km 코스에서 저조한 기록을 남긴 후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회사를 다니면서 피할 수 없는 술자리를 핑계삼아 자기합리화에 성공해온 결과는 나약한 정신상태와 날렵하지 않은 몸매!

회사에서 일한지 어느덧 여섯달이 되어 가는 지금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한번쯤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를 가져야 할 것 같았고, 마라톤 준비에 꼭 필요한 철저한 자기 관리 그 자체가 나의 생활을 바로 잡아 줄 것임을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기에 감히 하프 마라톤에 도전하고자 한다.

우선은 참가할 대회를 결정하고 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약간은 빡빡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선선한 가을이 시작되는 10월 3일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리는 “2006 국제평화축제마라톤 축제”에 참가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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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을 따라 달리는 코스로 주로 평지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코스 자체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며 대회 장소가 분당에서 비교적 가까운 편이라 부담이 덜 할 것 같다.

지금껏 10km를 다 뛰고 결승점에 들어올 때 마다 드는 생각은 막말로

‘이 짓을 어떻게 2번(하프) 혹은 4번(풀) 하지?’

하지만 나는 해낼 것이라 믿는다. 마라톤의 의미는 ‘포기하지 않음’에 있으니까. 모든 것을 내려 놓고 힘차게 뛰는 심장을 가슴에 지닌체 가난한 나를 만나고 그리고 나를 사랑할 것이다.

p.s. 사택 형들 앞으로 나에게 닭맥(통닭 + 맥주) 먹자고 하지 말아요. ^^

제5회 코리아오픈 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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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마라톤은 회사분들과 함께 단체출전을 하게 되었다. 비록 늦게 도착해서 회사분들과의 교류는 별로 없었지만. 어제 동료들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블랙번의 경기를 끝까지 보고 자는 바람에 잠을 많이 못잔 상태로 아침 일찍 병수와 함께 사택에서 출발했다. 밤에 사택 동료들이 통닭에 맥주를 시켜 먹을때 나에게 권하며 끝까지 괴롭혔으나 끝내 이겨내고 목표한 체중 이하(82.2kg)로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분당선을 타고 선릉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고 종합운동장에 내렸다. 지하철 역을 나서는 순간 뛰기도 전에 이미 하늘은 노랬다. 이미 언론에서도 예보했듯 황사가 대단했다. 회사 동호회 현수막이 어딨는지 몰라 해매다가 출발시간인 9시 근처가 되서야 겨우 발견하고 부랴부랴 옷을 갈아 입고 운동장을 향했다. 그 때 시간이 9시 5분쯤. 사람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50분미만” 그룹의 맨끝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경험상 마라톤은 무조건 맨 앞에 서야 한다. 뒤에서면 앞사람에 밀려서 자기 페이스를 유지할 수가 없다. 걷다가 뛰기를 반복할 수 밖에. 기록은 저조할 수 밖에 없다. 이번 대회는 작년 대회 보다 코스가 않좋아서 일정한 속도로 뛰는 것이 불가능 했다.

일주일 동안 40분 시간주 3회 연습하고 2.3kg을 감량한 후에 참가하는 대회라 걱정이 많았지만 의외로 5km까지의 초반 페이스는 괜찮았다. 뒷모습이 이쁜 여자가 앞에 보이면 따라 잡아 이쁜지 확인하는 절차를 몇 번 거치면서 경쾌하게(?) 레이스를 즐길 수 있었는데 …

그러나 자만에 빠지기 시작할 무렵 7km부터 고난과 인내의 행군이 시작되었다. 40분 시간주 밖에 연습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40분이 지나자 체력은 고갈되고 다리와 어깨가 아프기 시작했다. 또 언제나 처럼 별의 별 생각을 다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극단적인 생각까지 동원하며 걷고 싶은걸 참고 또 참았다.

거의 경기장 근처에 도달한 9km부터는 정신력으로 뛰어야 했는데 그 1km가 가장 빨리 뛴 것 같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지친만큼 더 힘을 내서 달렸다. 그리하여 결국은 힘차게 결승점을 통과하였고 기록은 저조(1시간 1분 20초)하였지만 주어진 여건에서 온 힘을 다했기에 충만한 만족감을 맛볼 수 있었다. 초반에 사람들에 밀려서 너무 천천히 뛰었던 것이 아쉬웠던 경기. 언제나 처럼 결승점을 통과하는 순간 그 힘들었던 기억은 하얗게 바랜다. 그리고 다음 대회를 생각하게 된다. 그땐 더 잘 뛰어야 겠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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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참가할 때는 항상 바나나, 초코파이, 빵, 우유를 쓸쓸히 뜯어 먹으며 홀로 집을 향하곤 하였으나, 회사 소속으로 참가했더니 도시락을 제공해 주어서 행복(?)했다. 마라톤의 백미는 완주 후에 먹는 음식이라 할만큼 음식의 종류와 맛에 상관없이 판타스틱하다.

좀 변태(?) 같기도 하지만 마라톤은 그 과정이 고통스러우면 고통스러울수록 많은 것을 배우게 한다. 최근 몇 번의 10km 레이스에서는 준비가 소홀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준비를 많이 했던 처음 몇 번의 레이스보다 비교적 쉽게 뛰고 있는 듯 하다. 올해는 한번만 더 10km 레이스에 도전 하고 충분히 준비한 후 하프마라톤에 도전할 생각이다. 인생 한번 진하게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