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6주차 달리기

주중에 SC트레이너 V3를 신고 열심히 달린 결과, 우측 고관절이 안좋아져서 토요일 밤을 건너뛰고 일요일 밤에 17km LSD에 도전했다.

결과적으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저녁을 늦게 과하게 먹어서인지 트림이 계속 올라와 제대로 뛸 수가 없었다. 괴로움을 견디는 대신, 5km 이후로는 걷뛰를 반복하는 선택을 했다.

이날의 실패한 달리기는 겸손한 마음을 갖는 계기가 될 것 같다. 한동안 먹는 것에 대해서 컨트롤 하지 않았고, 달리기 전후 스트레칭, 마사지에도 소홀했다. 체중은 몇달째 76kg대에 머물고 있다.

일요일 밤의 온도는 달리기에 나쁘지 않았지만 습도는 90%였다. 조금 더 쾌적하게 달릴 수 있는 날씨를 기대해 본다.

2024년 35주차 달리기

목요일 아침에는 장애 대응하느라 시간이 부족해서 2km 밖에 달리지 못했다. 목요일이 아쉽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열심히 달렸다.

목요일, 금요일에는 SC트레이너 V3를 신고 달렸는데, 아무래도 카본 플레이트의 반발력이 몸에 부담을 주는 것 같다. 평소에 아무렇지 않았던 허벅지 뒤쪽 근육에서 피로감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 황영조 감독님의 카본화, 미드풋에 대한 소신발언이 핫하다. 카본화에 대해서는 공감이 많이 가는데, 개인적으로는 김영복 코치님의 영상을 보고 미드풋을 배우려고 노력해왔고, 힐풋으로 달릴 때보다 확실히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아서 현재의 주법에 만족하고 있다.

어떤 방법론을 교조적으로 따르기보다는, 자신에게 잘 맞는 옷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SC트레이너 V3를 신고 장거리를 달리기에는 아직 몸이 준비되지 않은 것 같아서, 토요일 밤의 LSD 16km는 수명이 다 되어가는 1080 V13을 신고 달렸다.

예전에는 10km 이상 달리는 날 아침부터 레이스가 고통스럽지 않을까, 완주할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이 들었는데, 이제는 아무 생각 없이 달리러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지난주 15km와 마찬가지로 무난하게 16km를 달릴 수 있었다. 더위가 한 풀 꺾인 호수공원에는 밤 9시 30분이 넘은 시간에도 사람들이 참 많아서 지그재그로 피하며 달려야했지만, 사람이 없는 거리를 쓸쓸히 뛰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혼자 뛰는 것을 좋아하지만, 나 역시도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 하는 존재라는 생각을 했다.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16km를 완주하는 순간이 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런 생각은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한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자 노력했다. 규칙적인 나의 발소리, 숨소리, 지나가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벌레소리, 호수공원의 야경, 발바닥이 땅에 닿을 때마다 느껴지는 감촉, 발목과 무릎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통증, 얼굴에 흐르는 땀방울이 주는 촉감, …

그렇게 무아지경에 빠져들었고, 어느새 호수공원 4회전을 마치고 아파트 단지로 돌아와 나머지 2km를 달리고 레이스를 마칠 수 있었다.

달리면서 인생을 배운다. 누구나 가질 수 없는 멋진 것은 오랜시간 꾸준히 시간과 노력을 켜켜이 쌓아야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결과만 바라보면서 지금을 희생하는 식으로는 긴 여정을 견뎌낼 수 없다는 것을. 그 어떤 순간에도 지금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원하는 지점까지 멀리갈 수 있다. 도저히 지금을 즐길 수 없다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2024년 34주차 달리기

태풍으로 수~금에 비가올 것 같아 이번주는 화요일 밤에 10km를 달리고 토요일 밤에는 15km를 달렸다.

화요일 밤 10km 달리기는 힘들었다. 태풍전야라 습도가 높아서였을까? 회사일과 육아를 소화한 후라 피곤해서였을까? 4km 지점부터 그만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잠깐 달리기를 멈추고 개수대에서 세수를 하면서 심기일전했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고, 마지막 1km는 607 페이스로 달렸다. 힘이 남아 있었단 이야기다. 보폭을 줄여 천천히 달리면서 힘든 구간을 견뎌내면, 몸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호흡, 체력은 괜찮은데 관절, 근육은 더 단련되어야 한다.

토요일 밤 15km 달리기는 비교적 편했다. 점심과 저녁을 적당히 잘 먹었고, 달리기 직전에 에너지젤을 하나 먹어서 그런지, 끝까지 지친다는 느낌 없이 달릴 수 있어서 행복했다. 에너지 보급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러나 7.5km 지점에서 왼쪽 발목이 아파서 의식적으로 보폭을 줄여야했다. 화요일의 경험처럼 천천히 달리는 동안 몸은 회복되었고, 이후 630 정도의 페이스로 달려 완주할 수 있었다.

이번주의 달리기를 통해서 10월 13일에 서울달리기에서 하프마라톤 코스를 완주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완주에는 무리가 없겠지만, 2시간 내에 들어올 수 있을지는 남은 시간 쏟아부은 노력에 달려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