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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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유종의 미를 거두고 원할한 인수인계를 위해 내가 개발한 VICODE의 사용자, 개발자 메뉴얼을 작성하는 것이다. 간단한 예제에 대하여 개발하는 과정을 직접 따라가며 메뉴얼을 작성하던 중 사진 아래에 보이는 임베디드 보드를 활용하여 실제로 시스템을 구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VICODE의 핵심기능 중 하나는 임베디드 리눅스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와 임베드드 보드에 붙어 있는 FPGA의 하드웨어간의 인터페이스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것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이의 연결통로를 자동으로 생성해주어 소프트웨어는 라이브러리를 사용하듯 API를 호출하여 하드웨어와 통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원하는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소프트웨어가 A()라는 함수를 호출하고 B()라는 함수를 호출하면 LED 1번에 찬란하게 빛이 들어와야 한다. 그러나 결과는 깜깜 무소식! 순간 내 머리속을 스치는 단어는 “리콜”. (석사학위논문은 지도교수가 6개월안에 취소할 수 있는데 우리는 이를 흔히 “리콜”이라고 부른다.) 순간 마음이 분주해졌다. 소프트웨어 버그였다면 비교적 금방 찾겠지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사이의 통신은 몇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무엇이 문제인지 찾기 힘들다. 결국 묵혀둔 연구노트를 펼쳐 원인을 발견하고 문제해결에 성공. 희망의 LED가 찬란하게 빛났다.

아직 연구실에서 해야할 일이 많지만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기에 즐겁게 하고 있다. VICODE를 이어서 개발하게 될 재호형이나 올해 연구실에 들어올 석사신입생들의 시행착오를 조금이라도 줄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한 마음이 든다.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답도록(?) 남은 기간 내게 주어진 일들을 즐겁게 매듭짓자!

석사학위논문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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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은 정말 잠을 이루기도 쉽지 않았고, 잠자는 내내 몇번을 깼다가 다시 잠을 청하곤 했다. 수능보기 전날 밤 잠 못 이루고 결국 30분 자고 시험보러 간 것에 비하면야 장족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아 소심한 영혼이여!

7시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단정히 머리를 손질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여름정장(?)을 착용하고 잠자는 순일이를 뒤로하고 기숙사를 나섰다. 간밤에 잠을 설쳐서 그런지 동측기숙사에서 전자과에 이르는 짧은 구간에서만 연신 하품을 쏟아냈다. 하지만 의외로 덤덤했다.

연구실에 당도하여 눈물젖은 빵을 물고 간소하게 나마 이메일, 블로그를 둘러보았다. 9시에 내려가서 세팅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8시가 되자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은 정확히 1시간. 최대한 낭랑하고 자신의 찬 목소리로 연습을 결행(?)했다.

9시가 되어 제2세미나실로 내려가 정성스럽게 의자를 정돈하고 다과를 세팅! 윤경누나, 정한형, 상운이가 도와주어 마음이 든든했다. 칼라프린트로 고이 출력한 슬라이드 자료를 가지런히 다과 옆에 두고 새신랑을 기다리는 새색시의 심정으로 다소곳이 교수님들이 오시기를 기다렸다.

교수님들이 들어오시고 지도교수님이 나의 소개를 간단히 해주셨다. 그런데 한가지 해프닝은 우리 교수님이 나를 연세대학생으로 알고 계셨다는 사실.  발표는 우려와 다르게 엉키지 않고  90% 의도한대로 – 스크립트대로 – 술술 풀렸다. 다만 한가지 에러는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려 이윤준 교수님의 지적을 받았다는 사실.

발표가 끝나고 드디어 질문의 시작. 다른 두분의 교수님은 시작부터 우리 지도교수님의 디펜스를 원천봉쇄(?) 하신관계로 나는 외로이 질문공세를 막아내야했다. 다행히 교수님들이 웃으시면서 질문을 하셔서 분위기는 화개애매(?)했다. 이윤준 교수님의 파상공세에 당황하기 시작할 무렵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와 위기를 탈출 할 수 있었다. 몇일동안 작성한 예상질문과 모범답안은 역시나 무용지물이였다.

몇몇 질문에 교수님들이 원하는 것을 확실히 읽지 못하고 정확히 대답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차성덕 교수님이 “발표는 깔끔하게 잘했는데…” 라고 하신 말씀과 이윤준 교수님이 “한 일이 굉장히 많긴 한데…”라고 하신 말씀에서 통과하지 않았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보았다. 약간은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기숙사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연구실에 돌아왔더니 윤경누나가 교수님께서 수고했다고 말씀하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주어서 마음이 놓였다.

졸업할 수 있겠지? 내 인생의 1막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