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해진 날씨에 비해 기대만큼 퍼포먼스가 좋아지지 않았던 9월로 기억된다. 5월부터 월마일리지 240km을 유지하고 있고, 7월부터 250km으로 끌어 올렸다. 여기저기 작은 부상들이 있고 피로가 누적된 것이 느껴져 무리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큰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서, 언덕 달리기의 비중을 줄이고 페이스를 억제했다. 그래도 11월 2일 인생 첫 풀코스를 앞두고, 3시간 20분, 40분, 4시간 LSD를 무난히 소화한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 어스마라톤 하프는 530 페이스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해주었다.
9월의 체중 목표는 74kg이었고, 9월의 마지막 7일 평균 체중은 정확히 74.0kg을 찍었다. 10월의 목표는 73kg이다. 추석만 잘 버티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10월에는 점진적으로 테이퍼링을 하면서 530 페이스 지속주 훈련을 할 생각이다. 깊은 수면을 통한 완벽한 휴식과 회복을 위해서 10월부터는 커피도 다시 끊을까 싶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서브4 목표 달성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또 무엇이 있을까? 후회 없는 10월을 보내자.
이번 주 훈련은 주말 4시간 LSD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했다. 평일에는 격일로 9km를 달리면서 컨디션을 조율했다.
일요일에 비 소식이 있어서 토요일에 하프마라톤 대회가 끝나고 1주일을 다 못 쉰 상태로 4시간 LSD 훈련을 소화해야 했다. 잠도 제대로 못잤다. 수면 시간은 5시간 30분이 채 안 되었고, 중간에 4번 이상 깼던 것 같다.
컨디션을 핑계로 훈련을 미룰 수는 없는 상황! 아침에 일어나 무념무상으로 삼립 미니꿀호떡 4개, 아미노바이탈 프로 3800, 엔업 마그프로를 챙겨먹고 조금 쉬다가 러너스 패치를 붙이고, 슈퍼블라스트2를 신고 현관문을 나섰다.
700 페이스로 시작해서 빌드업을 하려고 했는데, 컨디션이 생각보다 괜찮아서 630에 맞춰 뛰게 되었다. 3시간까지 630으로 달리고, 이후에 힘이 남아 있으면 페이스를 높이는 전략을 생각했다.
그런데 2시간 20분 정도 달렸을 때, 피로가 누적되면서 왼쪽 종아리부터 발목까지 이어지는 근육들이 경직되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되면서 달리기가 힘든 상태가 되었다. 페이스는 점점 떨어졌고, ‘멈춰야 하나? 걸어야 하나?’ 그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쳤다.
실제 대회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니까 극복해봐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고, 페이스를 살짝 늦춘 상태로 더 달려봤다. 불편감은 계속 남아 있었지만 어느정도는 기능이 돌아와서 끝까지 달릴 수 있었다.
2시간이 경과한 후부터 ‘그만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맴돌았지만 딱 그 정도였다. 고통스러웠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견딜만 했다. 4시간을 달렸을 때 거리는 37.3km 였고, 힘들겠지만 5km을 더 달려 42.195km를 채우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체력, 호흡은 문제가 없는데 다리가 문제다. 3주 테이퍼링을 통해서 충분히 회복된 상태로 대회에 임했을 때는 문제가 없기를 바란다. 혼자서 훈련할 때는 생수 구입, 급수 때문에 중간에 멈췄다가 다시 달리기를 수차례 반복해야 하는데, 대회에서는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릴 수 있으니까 다리에 부담이 덜 갈 것이다.
4시간 LSD를 통해서 풀코스 때 착용할 러닝화, 쇼츠, 양말을 확정했다.
아식스 슈퍼블라스트2
룰루레몬 패스트 앤 프리 라인드 러닝 쇼츠 5″
삭스업 어텐션 드라이 러닝 크루삭스 PRO
신뢰가 가는 러닝 기어를 찾아서 마음이 놓인다. 상의를 어떻게 입을지는 대회 싱글렛이 도착하면 입어보고 결정해야할 것 같다.
페이스를 고려하지 않은 지구력 훈련은 여기까지.
32km까지 530으로 밀고 나머지는 600 이하로 맞추는 전략을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남은 기간에는 530 장거리 지속주 훈련을 해볼 생각이다.
11월 JTBC 마라톤 풀코스 준비 차원에서 참가하게 된 대회. 풀코스 달릴 때 입을 쇼츠와 양말을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룰루레몬 패스트 앤 프리 라인드 러닝 쇼츠 5″는 가격이 무려 12.5만원이나 하고 구하기도 쉽지 않았지만, 그만큼 정말 좋은 제품이었다. 안입은 것처럼 가볍고 착용감이 뛰어나다. 허벅지 근육도 적당히 잡아줘서 좋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수납공간이다. 에너지젤 4개 이상을 흔들림 없이 보관할 수 있어 풀코스에 최적화 된 제품이다.
삭스업 어텐션 드라이 러닝 크루삭스 PRO의 첫인상은 그저 그랬다. 생각보다 너무 얇아서 기능성이 있을까 싶었는데, 신어보니 압박감이 상당했고 오늘 레이스에서도 발열감, 미끄러움 등 불편함 일체 없었다. 풀코스에 착용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6시 50분까지 짐을 맡겨야한다고 해서 5시 10분에 기점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4시 10분에 일어났다. 수면시간은 4시간 42분. HRV(심박변이도)는 이번주 내내 낮은 상태로 컨디션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대회장에 도착하자마자 옷을 갈아 입고 짐을 맡기려고 줄을 섰는데 줄 길이가 어마어마했다. 결국 6시 50분까지 짐을 맡기지 못했고, B그룹 짐차는 문을 닫아버렸다. 같이 줄을 섰던 사람들은 우왕좌왕 뒷그룹 차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E그룹 차 근처에서 사람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물품보관 스티커를 떼서 스스로 짐과 번호표에 붙이고 차로 짐을 던지는 것을 보았고, 본능적으로 따라했다. 그렇게 출발하기 몇 분 전에 겨우 짐을 맡길 수 있었지만, 과연 나중에 제대로 찾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화장실도 못다녀오고, 준비운동도 못하고 출발선 앞에 섰을 때 니플 패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중에 샤워할 때 좀 쓰라리겠군’ 정도로 생각하고 싶었지만, 평소 훈련할때 미리 입어본 대회티는 소재가 거칠어서 걱정이 되었다.
아무튼 출발! 정말 오랜만의 서울 시내를 달리는 것은 매우 즐거웠다. 나도 모르게 빨라지는 속도를 수차례 제한하며 풀코스 30km까지 대회페이스 530에 맞추려고 노력했다. 무난한 레이스가 이어지나 싶었는데, 9km 지점에서 배번호 좌측 상단이 찢어진 것을 발견했다. 속도를 늦춰 달리면서 위치를 옮겨 옷핀을 다시 달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찢어졌다. 한 번 더 시도하였지만 또 찢어져서 포기한채로 계속 달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배번호가 다 뜯어져서 손으로 들고 뛰는 사람이 여럿 있었고, 날아가 버린 배번호를 찾기 위해 역주행하는 사람의 옷에는 옷핀만 4개 붙어 있었다. 땅바닥에는 찢어진 배번호의 잔해가 흩어져 있었다. 번호표를 친환경 소재로 만들면서 내구성을 고려하지 않은 듯 했다.
마포대교를 지나 여의도에 진입하였을 때 번호표 우측 상단도 찢어졌다. 찢어진 부분을 확인했더니 피가 묻어 있었고, 설마 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숙여 옷을 봤더니 가슴 부분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번호표를 다 떼서 손에 들고 오른쪽 가슴을 최대한 가린채로 달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왼쪽 가슴 부분은 아직 괜찮았다.
그러나 3km 쯤 더 달렸을 때, 왼쪽 가슴 부분에도 피가 비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는 평균페이스 530이고 뭐고 모르겠고, 빨리 이 수치스러운 레이스를 마쳐야겠다는 생각에 속도를 높였다.
그 와중에도 날씨가 너무 좋아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서강대교 위를 달릴땐 기분이 정말 좋았다. 대회 운영은 엉망이었지만 코스와 날씨는 정말 정말 좋았다. 지루할 틈이 없었다.
19~20km 정도 달렸을 때 심박수는 170 근처였는데 호흡이 정말 편했고 다리에 불편함도 없었다. 이대로 10km는 무난히 더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상반기 하프마라톤 레이스를 돌아보면 고통을 감내하고 있을 구간이었는데, ‘이렇게 편안할수가! 기량이 좋아지긴 했구나‘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골인 후 짐을 찾고 옷을 갈아입을때까지, 수 많은 인파 속에서 눈에 띄지 않으려고 애썼다. 대부분 완주의 기쁨늘 누리고 있을 시간이어서 모르는 사람을 쳐다볼 여유는 없으리라 기대했다.
짐을 찾는 과정도 놀라웠다. 땅 바닥에 짐을 늘어놓고 각자 찾아가는 방식이었다. 이처럼 대회 운영은 엉망이었지만, 풀코스의 예행연습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적어도 앞으로는 니플패치를 까먹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