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세로 세계사 2

가로세로 세계사 2
이원복 글.그림/김영사

고등학교때 세계사라는 과목을 굉장히 싫어했다. 내신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암기를 해야했는데 복잡한 세계사의 흐름을 달달 외우는 것은 지겹고도 고통스러운 일이였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스스로 알고 싶어서 역사에 관련된 책을 찾아 읽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중고등학교 시절 역사공부의 필요성을 알고 관심을 가졌더라면 지금 좀 더 탄탄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을텐데 뭐든 억지로 하는 것은 재미가 없는 모양이다.

가로세로 세계사 2권은 동남아시아 여러나라의 역사를 소개한다. 베트남, 타이, 캄보디아, 필리핀, 싱가포르, 미얀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동티모르, 라오스. 이 책만큼 쉽게 동남아사아의 역사를 보여주는 책이 또 있을까?

우리는 아마 동남아시아를 우리보다 못살고 있으며, 저렴한 가격에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곳 정도로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것은 그들도 외세의 침략을 받기 전에 제국을 이루었고 번성했으며 훌륭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들의 근대사는 우리와 너무나 닮아 있었다. 외세로 부터 독립후 이념논쟁과 군부독재 시절을 거쳐 민주화를 이룩하였다는 점이 너무나 똑같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국경이 외세가 점령한 지역을 따라 그어졌다는 사실이 그들의 어두웠던 근대사를 말해준다. 그들과 우리의 역사를 들춰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다행히도 역사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 아직도 독재자의 아집과 욕심에 의해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그들이 권리를 되찾아 행복한 삶을 영유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하드웨어 디버깅

요즘 하는 일은 하드웨어 디버깅. 학부 2학년때 논리회로 수업을 지지리도 싫어했었는데 먼 훗날 Verilog HDL 코드를 작성하게 될 줄이야 꿈앤들 알았겠는가. VICODE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연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인터페이스는 3가지 파트로 이루어져있는데 제대로 동작안하면 대체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파악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어제 밤 겨우 Verilog HDL코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리하여 오늘의 미션은 Verilog HDL 코드에서 오류를 찾아내는 것! 코드를 고치고, 컴파일 하고, FPGA에 프로그램하고, 임베디드 리눅스에 연결한 터미널로 소프트웨어를 실행하고, FPGA 보드위에 LED의 불빛을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기를 수십번 반복해야만 했다. (하드웨어의 반응을 확인하는 뾰족한 수가 없다.) 종국에는 속에 천불이라는 요즘 잘 나가는 술집이름이 생각났다.

소프트웨어를 디버깅 할 때 마다 언제나 컴퓨터는 정직하여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모든 버그는 나의 잘못이였다. 그러나 나는 하드웨어를 불신하기 시작했다.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와 달라’, ‘회로에 이상이 있을꺼야’, ‘Verilog 컴파일러에 문제가 있을지도?’

내가 이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논리적으로 따져보았을 때 전혀 말도 안되는 상황이 자꾸 연출되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같은 코드인데 순서를 바꿨을 때 동작이 다르다. 속에 천불을 내고 있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은 연결하지 않은 시그널이 있을 때 이상한 동작을 보인다는 점. 자세히 알아보니 연결되지 않은 회로가 있는 경우에 오동작할 가능성이 있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하드웨어는 문외한이라 소프트웨어의 변수처럼 선언하고 안써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상처난 회로를 정성스럽게 어루만지며 오늘도 나는 간다.

친절한 건우씨

이주일에 한번씩 어김없이 중국학생들이 연구실로 찾아온다. 같은 석사과정인 그들의 연구를 도와주는 것이 내가 할 일. 전자과학생인 그들에게 전산과의 일을 할당하다 보니 관점이 다른 것을 자주 느끼게 된다. 그럴 때 마다 매우 짧은 영어회화 실력을 가진 나로서는 발을 동동 구를 수 밖에.

그들이 처음 왔을 때는 그나마 영어회화 학원을 한참 다녔을 때라 부담이 덜하였고, 학원을 관둔지 오래된 지금은 영어의 감은 떨어졌지만 제법 친근한 느낌 덕분에 부담이 덜하다. 다른나라 사람과 교류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다소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들이 오기로 한 날마다 랩사람들 앞에서는 우는 소리를 하면서 어떻게 하냐고 징징대긴 하지만.

한참 대화를 하다가 적당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때가 제일 난감하다. 개념만 머리 속을 맴도는 그 단어하나만 기억나면 부드럽게 대화가 전개 될 것 같은데 끝내 기억나지 않아서 당황스러울때가 많다. 반면에 논문에서 한번 썼던 내용을 다시 이야기 할 때면 대화가 술술 풀리는 쾌감을 맛볼 수 있었다.

연구에 대한 대화가 끝나고 시간이 남으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한번은 일본을 싫어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더 많이 싫어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중국사람이 일본사람을 싫어하는 것을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봐서 드라마 정무문을 봐서 안다고 했다. 이야기는 어떤배우가 진진역을 맡았는지로 계속 이어지고 …

오늘은 특히 교수님이 따로 미팅을 안해도 될 것 같다고 하셔서 내가 모든 것을 전달해야했는데 다행히 잘  넘어갔다.  미팅이 끝나고 친절한 건우씨는  버스정류장에까지 가서 택시를 잡아타는 그들을 위해 찬양콜택시를 불러주었다. 그들을 보낸 지금의 나는 다시 나의 논문을 걱정할 때. 소프트웨어로 신호를 보내도 요지부동인 LED를 바라보면서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가는구나.

가로세로 세계사 1

가로세로 세계사 1
이원복 글.그림/김영사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은 요즘이다. <피아니스트>를 읽으며 왜 히틀러가 유태인을 학살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는 역사적인 배경을 알아야 했기에 우리나라의 근대사 뿐만 아니라 세계사도 두루 알고 싶어서 쉽고 재밌게 접할 수 있는 이 책을 찾게 되었다. 알라딘 TTB 우수 리뷰어 으뜸상 수상으로 받은 적립금 5만원으로 부담없이 구입할 수 있었다.

가로세로 세계사 1권은 발칸반도의 여러나라들의 역사와 종교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상당한 분량의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덕분에 그 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분쟁지역인 발칸반도의 서양과 동양을 잇는 요충지로서의 지리적 배경은 대륙과 해양을 잇는 우리나라의 그 것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서유럽과 러시아, 터키등 강대국에 둘러쌓여 침략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대리전까지 수행해야했던, 세계대전의 진원지가 되었던 발칸반도의 기구한(?)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동방정교와 로마카톨릭 그리고 신교가 어떻게 성립되었고 어떠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어서 유익했다. 개인적으로 매우 궁금했던 것이였기 때문. 또한 민족국가 성립에 대한 설명도 명쾌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생각난 것은 다름아닌 ‘똘레랑스’ 였다.

결국 대부분의 사회적인 문제는 ‘나와 다른 남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이 책의 마지막에서는 ‘열린 민족주의’를 세계평화의 해답으로 제시한다. 발칸반도의 수 많은 분쟁의 역사는 대부분 자신의 민족이 우수하다고 생각하고 다른 민족을 무시했던 ‘닫힌 민족주의’가 그 원인이였기 때문이다. 세계화의 흐름속에서 우리민족은 지혜롭게 ‘열린 민족주의’를 지향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아주 오래전에 이슈가 된 적이 있었기에 이 책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홍세화님이 누군지 왜 파리에서 택시운전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체 그저 파리에서 택시운전을 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는 책이라고 예상만 했을 뿐 읽어본 적은 없었다. 최근 읽었던 책에서 홍세화님을 처음 만났고 그의 생각을 접하면서 그의 생각과 경험을 더 알고 싶었기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는 단지 한국사회에 반항하였다. 남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억압하는 증오의 사회를 반항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망명자였다. 대한민국을 빼고 모든 나라를 방문할 수 있는 이방인. 그는 우연찮게 회사의 일로 파리에 있는 동안 한국에서는 남민전 사건이 터져 동료들이 모진고초를 겪을 때 그는 크나큰 마음의 짐을 들쳐업고 망명자로 살아가야 했다.

살아가기 위해 파리에서 택시운전을 하면서 그가 바라본 프랑스 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한 사회와 다른 사회의 만남을 통해 느낀점이 잘 드러나 있다. 그가 프랑스에서 우리나라에 들여오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하면서 소개한 것은 ‘똘레랑스’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프랑스말 사전이 밝힌 똘레랑스의 첫번째 뜻은 다음과 같다.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자유 및 다른 사람의 정치적, 종교적 의견의 자유에 대한 존중

즉 나와 다른 남을 관용 허용하고 관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어두운 근대사는 우리 사회를 증오의 사회로 만들었다.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사회 구성원이 그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군사독재시절 우리나라의 국시는 ‘반공’이였다. 군사적인 억재력으로 그들의 이념을 강제했던 것 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그 자신이 한때 좌익세력에 몸을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똘레랑스’라는 개념을 접하면서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게 된다. 나와 다른 남을 포용하고 있는지 그들에게 내 생각을 강제하고 있지 않은지 항상 경계해야한다. 격동의(?) 70년대에 대학생이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양심의 소리에 이끌려 우리사회의 부조리를 바로잡고자 행동했던 선배님들께서 겪었던 모진 고초 덕분에 내가 이러한 글을 마음놓고 쓸 수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