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전 7시~9시에는 스타벅스에 다녀오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아이가 잠든 시간이어서 아내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누릴 수 있는 진정한 자유시간이다.
항상 가는 용인마북DT점이 리뉴얼에 들어가서, 오늘은 용인보정DT점에 가봤다. 당연히 무료 주차가 가능할 줄 알았는데, 10분에 500원이라는 꽤 비싼 주차비에 놀라 본능적으로 회차를 하고, 민속촌 근처 용인보라DT점으로 차를 몰았다. 여기도 역시 유료였다. 10분에 500원.
지금은 그냥 주차비를 낼 생각으로 들어와 앉아서 아이스 커피를 마시며 이 글을 쓰고 있다.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걸어서 스타벅스를 이용할 수 있는 스세권에 살고 싶다.
5~6천원의 주차비를 아까워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경제적 자유를 빨리 이루고 싶다.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가 훨씬 더 소중하다.
법무사에게 맡기지 않은 것은 수수료가 아까워서가 아니라, 부동산에 대해서 너무 무지하여 이번 기회에 조금이라도 알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셀프등기 준비물과 절차을 알아보기 시작한 것은 등기 하루 전.
여러 자료 중에 정말 정리가 잘 되어 있는 유튜브 영상을 하나 발견해서 이걸 중심으로 이해하고 필요한 준비물과 절차를 노션에 정리했다.
어린이집 등원 후, LH경기지역본부, 영통구청, 동수원등기소 이렇게 3군대를 돌아야 하는 여정이어서 기동력 좋고 주차가 편한 아내의 스파크를 이용했다. 그런데 시동을 걸어보니 타이어 중 하나의 공기압이 절반 수준이었다. 어린이집 등원이 평소보다 30분 넘게 늦은데다가, 보험사 불러서 펑크 수리하면서 오전 시간을 날렸다.
일진이 좋지 않게 느껴졌지만, 집에서 잠시 쉬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12시 반 쯤 다시 길을 나섰다. LH경기지역본부에 확진자가 나와서 출입을 못할 뻔한 에피소드도 있었고, LH에 가면 부동산거래계약신고필증을 받아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구청에서 자금조달계획서를 작성하여 직접 발급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당황하기도 했다. 자금조달계획서에 대해서는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여서, 영통구청으로 가는 길 신호 대기 중에 폰으로 내용을 파악했고, 증빙서류는 추후에 제출하기로 했다.
결론은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셀프등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영통구청에서 1시간 반 동안 수많은 서류 사이에서 방황할 때는 법무사에게 수수료 주고 의뢰할만 하구나 싶었지만, 셀프등기를 마친 지금은 자신감이 붙어서 다음에도 직접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돈으로 해결하는 것도 자유라고 볼 수 있겠지만, 무언가 내 손으로 직접 할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자유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도서관에 예약한 책 찾으러 갔다가 서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복직한지 1년도 안 되었는데 쉬고 싶었나보다. ‘한달 휴가’라는 단어가 나의 시선을 끌었다.
엔자임헬스라는 회사에서 3년 주기 안식월 휴가를 다녀온 직원 8명이 함께 썼다. 안식월 제도를 시행한지 10년이 지나서, 60명 남짓의 작은 회사에서 안식월을 2회 이상 경험한 직원이 8명, 3회 이상은 6명이나 된다고 한다.
안식월 휴가 테마를 몇 단어로 요약해보면 아래와 같다. 나중에 비슷한 기회가 생겼을 때 참고해보면 좋을 것 같다.
제주도 하숙생활
스위스 배낭여행
아시아 3개국 테마여행 (보라카이, 베트남, 오사카)
Book Stay, Forest Stay, Temple Stay
유럽 빵 투어
남편과 하와이 캠핑, 엄마와 제주도 여행
한 달간의 다이어트 프로젝트
가족과 런던 1년 유학 (안식년, 엔자임헬스 김동석 대표)
저마다 다르게 시간을 값지게 보내는 것을 보면서, 긴 호흡의 휴가는 꼭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해봤다. 온전히 자신에게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기 때문이다. 회사와 집을 오가는 일상과 짧은 휴가에서는 자신에게 부족한 것, 원하는 것을 충분히 생각하고 실행에 옮길 여유를 찾기 어렵다.
‘Book Stay, Forest Stay, Temple Stay’ 컨셉이 가장 맘에 들었다. 실제로 2017년 안식휴가 때도 내소사에 3박 4일로 템플 스테이를 다녀왔는데,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지금 나에게 며칠의 자유시간이 주어진다면, 내소사 머물며 책 읽고, 산책하고, 명상하고 싶다. 복잡한 머리속을 비우고 싶다. 불필요한 힘을 빼고 싶다.
마지막 김동석 대표의 사례를 제외하곤, 안식월 휴가 이야기에서 자녀가 등장하진 않는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에게 긴 휴가가 주어진다고 해도, 그것은 자녀를 위한 것이 될 가능성이 크다. 평소 자녀와 충분히 시간을 보내지 못한 부모에게는 소중한 시간이 되겠지만,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온전히 몰입할 시간이 필요하기에 아쉬움 마음을 숨길 수 없을 것 같다.
내년에 2주의 안식휴가를 쓸 수 있지만, 5세 자녀를 키우고 있을 아빠로서, 혼자 여행을 다녀온다거나 하는 호사를 누릴 순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움은 남겠지만, 아이의 어린시절은 빠르게 지나가기에 나, 아내, 아이 모두에게 따뜻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시간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아이가 책을 읽을 수 있게 되면, 우리 세 가족 함께 도서관에 가서 책 읽는 그림을 오늘도 머리속에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