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학위논문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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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은 정말 잠을 이루기도 쉽지 않았고, 잠자는 내내 몇번을 깼다가 다시 잠을 청하곤 했다. 수능보기 전날 밤 잠 못 이루고 결국 30분 자고 시험보러 간 것에 비하면야 장족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아 소심한 영혼이여!

7시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단정히 머리를 손질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여름정장(?)을 착용하고 잠자는 순일이를 뒤로하고 기숙사를 나섰다. 간밤에 잠을 설쳐서 그런지 동측기숙사에서 전자과에 이르는 짧은 구간에서만 연신 하품을 쏟아냈다. 하지만 의외로 덤덤했다.

연구실에 당도하여 눈물젖은 빵을 물고 간소하게 나마 이메일, 블로그를 둘러보았다. 9시에 내려가서 세팅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8시가 되자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은 정확히 1시간. 최대한 낭랑하고 자신의 찬 목소리로 연습을 결행(?)했다.

9시가 되어 제2세미나실로 내려가 정성스럽게 의자를 정돈하고 다과를 세팅! 윤경누나, 정한형, 상운이가 도와주어 마음이 든든했다. 칼라프린트로 고이 출력한 슬라이드 자료를 가지런히 다과 옆에 두고 새신랑을 기다리는 새색시의 심정으로 다소곳이 교수님들이 오시기를 기다렸다.

교수님들이 들어오시고 지도교수님이 나의 소개를 간단히 해주셨다. 그런데 한가지 해프닝은 우리 교수님이 나를 연세대학생으로 알고 계셨다는 사실.  발표는 우려와 다르게 엉키지 않고  90% 의도한대로 – 스크립트대로 – 술술 풀렸다. 다만 한가지 에러는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려 이윤준 교수님의 지적을 받았다는 사실.

발표가 끝나고 드디어 질문의 시작. 다른 두분의 교수님은 시작부터 우리 지도교수님의 디펜스를 원천봉쇄(?) 하신관계로 나는 외로이 질문공세를 막아내야했다. 다행히 교수님들이 웃으시면서 질문을 하셔서 분위기는 화개애매(?)했다. 이윤준 교수님의 파상공세에 당황하기 시작할 무렵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와 위기를 탈출 할 수 있었다. 몇일동안 작성한 예상질문과 모범답안은 역시나 무용지물이였다.

몇몇 질문에 교수님들이 원하는 것을 확실히 읽지 못하고 정확히 대답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차성덕 교수님이 “발표는 깔끔하게 잘했는데…” 라고 하신 말씀과 이윤준 교수님이 “한 일이 굉장히 많긴 한데…”라고 하신 말씀에서 통과하지 않았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보았다. 약간은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기숙사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연구실에 돌아왔더니 윤경누나가 교수님께서 수고했다고 말씀하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주어서 마음이 놓였다.

졸업할 수 있겠지? 내 인생의 1막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석사학위논문심사”에 대한 16개의 생각

  1. 힘드셨겠습니다.
    고등학교 졸업논문 심사받을 때 기억이 떠오르네요. 그때 제가 썼던 논문은 거의 말도 안 되는(..그러니까 아이디어만 있고 실제 구현을 못한..-_-) 것이었는데 어찌어찌 발표 빨로 넘겼던 기억이..-_-;;;

  2. 아침에 눈떠서 오늘 무슨 날인데 날인데 했는데 형 논문심사날이었군요. 그때 오피스 파워포인트 짤방에서 봤던 기억이네요. 이미 수십년 그쪽에서 일한 교수님한테 잘했다라는 말을 듣는건 아주 힘든일이겠지요.
    수고하셨어요ㅎㅎ 앞으로 또 할일이 많겟군요.

  3. 큰일치뤘구나. 25분 어찌보면 아무것도 아닌 짧은 시간같지만 석사 2년동안의 생활이 고스라니 드러나는 시간이기도하지. 내가 디펜스했던 날이 바로 엇그제같고, 매 순간이 다 기억이 나는데…벌써…..ㅎㅎ 시원섭섭하지? 수고했소. 그리구 졸업 축하하오~ ^^

    1. 감사합니다. 그런데 섭섭하지는 않고 그냥 시원해요. 히히. 어제 공짜 쌀국수는 맛없었죠? 국물은 괜찮았는데 면이 영 시원찮았던 것 같아요. 2006년이 가기전에 동문회에서 만나요.

  4. 내 입장에서야 위에 사람들처럼 뭐라 말을 못하겠지만
    나와는 다른 길을 가는 너에게 항상 부러우면서도 멋지다는 생각을 할 뿐..!

    우리 앞에 지금은 시련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일들도 사실은 나중을 위해 하나님 혹은 그 누군가가 마련해준 자리라고 생각하면 내가 할일엔 변함이 없으니까 ^^ㅋ

    항상 약한 우리지만 나약하게 나가 떨어지지 않는 우리가 되자 ^^
    화이팅 퐈이팅~!

    1. 고마우이.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진정한 승부는 이제부터라는거지. 사회생활이라. 더 이상의 내일은 없다. 순간순간 살아 숨쉬는게 중요할 뿐. 그나저나 블로그는 언제 공개?

    1. 감사합니다. 그런데 해야할 일이 조금 남아 있네요. 그래도 마음의 여유가 있어서 이것저것 조금씩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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